RPG 코덱스 레오나드 보야스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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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목한 개발 사진. 왼쪽이 보야스키

지난 4월 오리지널 《폴아웃》의 아티스트이자 트로이카 게임즈 3인방 중 한 명인 레오나드 보야스키가 옵시디언 엔터테인먼트에 합류했다는 소식이 있었죠. 함께 폴아웃을 창조하고 트로이카를 세웠던 팀 케인과 의기투합해 무언가를 만들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와 RPG 팬들의 기대를 모았습니다.

그 소식이 궁금하던 차에 RPG 코덱스가 보야스키를 인터뷰했습니다. 코덱스 유저들이 모은 질문들에 보야스키는 지금 하고 있는 프로젝트의 힌트가 될만한 이야기들은 물론 (많은 이야기는 하지 않지만) 《블러드라인스》와 폴아웃 시리즈 관련 뒷이야기들을 꺼냈습니다.

트로이카 이후 10년 동안 일한 블리자드를 떠나 옵시디언에 합류한 이유는 가장 첫 문답에서 밝힙니다.

“정말로, 정말로, 정말로, 정말로, 정말로 싱글플레이어 RPG 만드는 일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리고 ‘꿈의 게임’을 묻는 질문에는 ‘지금 만들고 있다’면서, 옵시디언에서 진행 중인 케인/보야스키 프로젝트가 다른 기존 IP보다는 완전한 오리지널 IP일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주는군요.

흥미로운 문답들을 골라 옮겨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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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케인과 다시 뭉쳤는데 제이슨 앤더슨과도 연락을 하는지? 아직 친하게 지내는지? 셋이 다시 뭉치는 꿈을 꾸는지?

셋이 아직도 친구고 1년에 몇 번씩 트로이카 점심을 위해 뭉친다.

그래서 물론 언젠가 제이슨과 다시 함께 일하고 싶다. 하지만 단순히 우리가 끝냈던 부분부터 다시 시작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우리가 《폴아웃》을 만들었을 때, 트로이카를 시작했을 때 제이슨과 팀, 나 셋 다 저마다 전문 분야가 있어 서로 잘 보완해줬다. 하지만 10년 넘게 지나면서 셋 다 굉장히 다른 경험들을 하게 됐고 우리 전문 분야도 변화하고 (바라건데) 성장했다. 그래서 단순히 다시 모여서 예전 역할들을 다시 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균형을 생각해야 한다.

만들고 싶은 꿈의 게임은? 그리고 언제 ‘블러드라인스 2’나 ‘아케이넘 2’를 볼 수 있을까?

지금 나는 내 꿈의 게임을 만들고 있다고 말할 수 있어 기쁘다. 후속작으로 한정한다면 당연히 ‘아케이넘 2’가 꿈의 게임이다. 내가 만드는 IP로 만들고 싶다. 물론 기회가 있다면 ‘블러드라인스 2’를 만들고 싶다.

만약 당신과 팀, 제이슨이 90년대 이래로 쌓은 경험을 가지고 지금 폴아웃을 새롭게 처음부터 만든다면, 이전과는 어떻게 다를까?

2D에 아이소메트릭으로 만든 이유 중 하나가 내가 어느 정도 아트의 디테일을 원했는데 당시 기술로는 풀 3D로 그 정도 디테일이 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주 잠깐 1인칭을 생각했었는데, 내가 순수하게 아트 관점에서 그 아이디어를 단념시켰다. 우리가 여전히 턴제를 원한다고 가정하면 (내 주 분야는 언제나 아트와 스토리텔링이었고 나는 시스템 디자이너가 아니다), 1인칭 혹은 3인칭 탐험에 전투는 전술적인 시점을 위해 카메라가 줌아웃하는 방식을 하고 싶다. 황무지를 1인칭으로 탐험하는 폴아웃 게임을 우리가 만들지 못했다는 게 나는 여전히 시샘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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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아웃》과 《폴아웃 2》의 개발 관련, 삭제된 콘텐츠 관련 문답도 옮겨봤습니다.

스포일러스러운 내용들이 있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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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턴트가 되고나서도 플레이할 수 있게 만들 생각이 있었나?

없었다. 농담으로 이야기한 적은 있었지만 만약 우리가 정말 그렇게 만들고 싶었다고 해도 실현 불가능했을 것이다.

어바인 유토피아라는 삭제 지역이 있었다. 로봇이 운영하면서 인간들을 철권 통치로 다스리는 도시다. 엄격한 규칙을 따르지만 도시는 전쟁 이전의 상태로 유지되고 있다. 그리고 거기에는 브라이언 파고의 차와 블랙 아일 직원들의 해골도 있었다. 거기서 어떤 퀘스트라인과 활동이 구현될 예정이었나? 잘린 이유는 시간 제약 때문인가, 아니면 분위기가 안 맞아선가?

이건 이야기만 나눴던 기억이 난다. 팀이 기억하는 이야기를 나한테 전해줬다: 어떤 퀘스트 때문에 어떤 장소를 보호하는 레이저를 꺼서 특정 인터플레이 직원의 통행증을 습득해야 하는 부분이 있었다. 그리고 게임이 끝날 때, 크레딧 뒤에, 플레이어가 인터플레이의 보안 시스템을 해제한 덕에 한 NPC가 브라이언의 차를 훔치게 된다. 자연히 어바인은 여전히 완벽하다. 어바인에는 영원히 완벽해야 한다는 사명이 있으니까. (어바인을 안다면 이게 왜 재밌는지 안다.) 이때는 초기 중의 초기 기획 단계라 모두들 이상한 농담 아이디어들을 던지던 때다. 이 아이디어는 확실히 나중에 정립된 분위기와도 맞지 않는데, 그런 문제가 대두되기도 전에 잘려나갔다고 생각한다. 웃긴 농담 단계 이상을 넘지 못했다.

폴아웃은 겁스 게임 시리즈의 첫 게임이 될 계획이었다. 시리즈의 다른 게임들로 어떤 걸 생각했었나?

이야기도 나눈 적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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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홍보 포스터를 보면 뮤턴트에게 머리카락이 있고 얼굴도 다른 데다 더 날렵하게 보인다. 왜 디자인이 바뀌었나? 

이 그림이 어디서 나온 건지, 왜 뮤턴트에게 머리카락이 있는지 모르겠다. 우리가 그린 그림이 아니다. 제이슨과 내가 광고를 전부 맡았는데 이건 그 중에 없다.

인트로와 아웃트로 영상의 초안은 어땠나? 어떤 점들이 왜 바뀌었나?

인트로 초안 같은 건 없었다. 아웃트로는 언제나 볼트를 구하고 마스터를 물리친 영웅의 환대 같은 게 될 예정이었다. 인트로를 계획할 때 제이슨과 내가 디자인한 내용이 여러분이 본 내용과 동일하다. 총 맞는 남자 같은 요소들은 개발 중에 들어갔지만, 전반적으로 아주 빠르게 디자인됐고 그 디자인에 따라 구현됐다. 그리고 팀이 내레이션을 썼고 우리가 이미지를 구성했다. 그게 디자인의 전부였다.

워터칩의 비주얼은 모델링하는 과정에서 농담이 됐다. 오버시어가 자기들이 어쩌지 못하는 아주 복잡한 물건을 설명하면서 가장 단순하고 기본적인 마더보드 같은 물건을 보여준다면 재밌을 거라고 생각했다. 많은 디자인이 그런 식으로 됐다. 우리가 재밌을 거라고 생각한 것들을 떠올리고 디테일을 채웠다. 아무도 언급하지 않는 디테일 중 하나가 워터칩 뒤에 있는 도면이 사실 모그 신디사이저라는 점이다.

엔딩 이야기는 이전에 했는데, 기본적으로 제이슨과 내가 작업하면서 생각하게 된 것이, 하나, ‘축하 장면’을 임팩트있게 만들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둘, 그 사람들의 외부인 혐오 정서가 플레이어를 다시 볼트로 들여보내줄 리가 없다는 점이었다.

《폴아웃 2》 초안에는 마스터의 군대의 기동 요새가 지역으로 포함되어 있었다. 자세히 이야기해줄 수 있나? 있었다면 게임의 플롯과 배경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왜 잘려나갔나?

마스터가 아니라 브라더후드 오브 스틸의 커맨드 센터였다. BoS가 로보토마이트 군대를 만들어 운영하면서 플레이어의 초기 위협이 된다. “Fallout #2” 만화 표지 로딩 화면의 일러스트가 로보토마이트들에게 궁지에 몰린 플레이어를 데저트 레인저가 도와주러 나타난 장면을 상상한 것이다.

《폴아웃 2》 스토리 첫 초안에 있었는데, 볼트 13 오버시어의 후손이 BoS에게 기술을 주고 무기와 안전 보장을 받는 비밀 동맹을 맺었고 플레이어가 폭로하거나 막아야 했다. 충분히 강렬한 이야기거리가 아니라고 판단해서 그 안을 버린 다음에 실제로 만들어진 버전을 떠올리게 됐다.

《올드 월드 블루스》에 로보토마이트가 나와서 정말로 기쁘다.

《폴아웃》에서 인류의 피난처였던 볼트들이 《폴아웃 2》에서는 괴상한 실험 장소들로 바뀐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폴아웃 2》의 스토리를 설계할 때 그 아이디어를 떠올린 게 우리(제이슨과 팀, 나)다. 정부가 프로파간다로 사람들에게 파는 현실과 실제 현실의 대비에 또다른 층위가 추가된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우리가 디자인했던 볼트들은 뒤틀린 심리학 실험처럼 모두 어두운 면들이 있었다. 괴상한 것들은 우리가 떠난 뒤에 만들어졌다…

블랙 아일을 떠나기 전에 《폴아웃 2》 스토리와 지역 초안은 어땠나? 최종 게임에서 어떻게 바뀐 건가? 처음에는 어떻게 스토리와 세계를 계획하고 있었나?

일단 이게 20년 전의 일이라는 점을 감안하길 바란다. 전반적으로 우리가 짠 오리지널 디자인에 상당히 가깝게 갔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남겨 놓은 빈칸들을 채우기 위해 많은 작업을 해야 했겠지만 우리가 깔아 놓은 계획의 대부분을 따라갔다. 말하는 데스 클로를 추가한 점만 빼면. 만약 우리가 남아있었다면 말하는 지적인 데스 클로는 없었으리라 장담한다.

실제로 들어갔을지 안 들어갔을지 모를 (어쩌면 그 기원이 됐을지도 모를) 아이디어 중 하나가 있는데, 플레이어가 데스 클로의 알을 찾아 부화시키면 그 데스 클로가 동료가 되는 아이디어였다. 마을에 들어갈 때 사람들이 놀라지 않게 하려고 망토를 두를 수 있다는 게 웃긴 부분이었다. 망토를 두르면 기본적으로 약간 큰 버전의 일반 NPC 같은 모양새가 된다. 전투가 시작되면 망토를 벗어던지고 불가사의하게도 원래 사이즈로 돌아간다. 따로 전용 애니메이션을 추가하기 않고 (그냥 NPC 애니메이션을 쓰면 되니까), 마을에 데리고 갔을 때의 반응들을 추가하지 않고 구현하는 방법으로 제안됐던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많은 아이디어들을 그냥 웃긴 이야기로 시작됐다가 살을 붙이면서 어두운 버전으로 만들어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가 남아있었다면 데스 클로 동료 아이디어가 어떤 식으로 변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말은 안 했을 거다.

볼트 13은 아주 신비한 분위기가 될 계획이었다. 플레이어 부족의 전설에선 많은 이들이 들어가려고 시도했고 실패했다. 마침내 플레이어가 갔는데 문이 열려있고 볼트는 텅 비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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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이카가 문을 닫기 전에 만들려고 했던 포스트아포칼립스 RPG와 역시 만들어지지 못한 1인칭 아케이넘 게임에 대한 이야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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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이카의 취소된 포스트아포칼립스 RPG는 어떤 게임플레이와 스토리를 계획하고 있었나? 아직 테크 데모를 가지고 있나?

그 데모 만큼만 진행되었다. 새로운 포스트아포칼립스 게임의 모습을 보여줄 엔진 테스트였고 (플레이어 모델을 제외하고) 대부분 모델은 대강 느낌을 내려고 만든 것들이었다. 그 이상으로 생각이 들어가지는 않았다.

작년에 ‘저니 투 더 센터 오브 아케이넘’의 제안서가 발견됐다. 팀은 당시에 여러가지 컨셉이 있었다고 하던데, 당신의 비전은 어땠나?

우리가 힘을 쏟은 유일한 아이디어가 아케이넘의 세계를 배경으로 쥘 베른스러운 모험을 하고 어느 정도 빅토리아 식민지 시대정신에 대한 조롱 같은 게 있는 1인칭 RPG였다. 다른 것들은 그냥 초기 브레인스토밍 정도였고 자금을 대줄 퍼블리셔를 찾기 위해 알맞은 문구를 궁리하는 일이었다.

나는 마법과 테크를 결합하는 금속이 (희귀하고 어떤 세력의 손에 들어간다면 엄청난 권력을 줄 수 있는 것이 된다면) 아케이넘 세계에서 흥미로운 전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세상을 뒤엎는 게 아니라 맥거핀 같은 역할을 했다면 꽤 잘 됐을 거라고 생각한다. 팀이 극히 혐오했던 그 아이디어의 바리에이션 중 하나가, 플레이어가 마지막에 그 금속을 대량으로 발견해서 누가 아케이넘을 지배할 것인지 좌우할 수 있게 되는 것이었다. (물론 내가 앞서 말했던 맥거핀 이야기와 완전히 모순된다.) 그래서 나는 그 아이디어가 어떤 형태든 좋은 아이디어라고 하거나, 다른 아이디어로 가자고 하거나, 그 아이디어를 어떤 식으로 발전시키자고 팀을 설득해야 했을 것이다. 보통 그런 식으로 진행된다. 기본적인 아이디어를 던지고 뭔가 만족스러운 게 나올 때까지 필요한 만큼 개정하고, 수정하고,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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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인과 보야스키의 프로젝트가 과연 어떤 게임일지 기대되는군요. 폴아웃과 아케이넘 같은 스타일의 게임을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보야스키의 이야기를 듣자면 1인칭일 가능성도 있어 보이는군요. (이전에 옵시디언 CEO가 이 프로젝트는 언리얼 엔진 4를 사용한다는 언급도 했었죠.)

“RPG 코덱스 레오나드 보야스키 인터뷰” 글에 관한 1개의 생각

  1. 아니?! 보야스키와 팀케인이 ‘꿈의 게임’을 만들고 있다고요? 앤더슨도 같이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저 두 분이서도 좋은 RPG가 나올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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