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언 갈롭이 말하는 뉴 엑스컴, 올드 엑스컴, 크툴루 엑스컴

판타지 턴제 전략 게임 《카오스 리본》의 킥스타터 캠페인을 진행 중인 줄리언 갈롭이 레딧에서 아무거나 물어봐를 진행했습니다. 엑스컴의 원작자인 만큼 올드 엑스컴과 뉴 엑스컴 관련 질문이 많이 나왔네요.

흥미로운 문답을 옮겨봤습니다.

=====

llN3M3515ll: 엑스컴 리메이크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잘 살렸나요? 아니면 예상 이상이었나요?

갈롭: 정말 즐겁게 했습니다. 제이크 솔로몬(뉴 엑스컴의 디렉터)과 파이락시스 팀이 정말 잘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늘어지는 순간이 없는 타이트하고 집중된 게임이었지요. 캐릭터 성장 시스템도 참 좋았습니다. 반면 랜덤으로 생성되는 맵이 없고 지오스케이프가 대체로 큰 의미가 없다는 점이 실망이었습니다.

엑스컴: 에너미 언노운
엑스컴: 에너미 언노운

└ stgabriel: 이 기사를 보면 제이크 솔로몬이 랜덤 생성 맵을 시도했었는데 불가능하다는 걸 받아들이면서 크게 낙담했던 것 같아요.

갈롭: 저는 가능했을 거라고 봅니다. 하지만 그래픽을 어떤 식으로 타협했어야 했겠죠. 3D 엔진이 최적화될 수 있는 건 환경이 정적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3D 게임들의 이런 부분이 항상 거슬렸어요.

BobisOnlyBob: 갈롭실을 보곤 무슨 생각이 들었어요? 이름을 쓰기 전에 그쪽에서 허락을 구해왔나요?

갈롭: 제이크가 갈롭실이란 이름을 게임에 사용해도 되냐고 물어봤어요. 무슨 역할인지는 안 가르쳐 줬지만요! 직접 플레이해서 알아봐야 했죠.

└  Admiral_Snuggles: 뉴 엑스컴 얼마나 잘 해요?

갈롭: 그렇게 잘하진 않아요. 클래식 난이도를 아직 못 깼는데 다가가는 중입니다.

 darker4308: 오리지널 엑스컴의 광팬입니다. 뉴 엑스컴은 오리지널 엑스컴의 옅은 그림자 정도 아닌가요? 당신이 뉴 엑스컴의 많은 변화가 좋았다고 동의하는 인터뷰를 봤어요. 그런데 게임을 해보면 멍청한 스토리 미션과 몹 트리거를 보면 전혀 몰입이 안 되요. 아직도 뉴 엑스컴이 고전 팬들도 즐길 만한 게임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갈롭: 오리지널 엑스컴을 사랑한다면 새로운 걸 받아들이기 어렵겠지요. 두 게임 다 좋아하는 플레이어들도 봤어요. 뉴 엑스컴은 그것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뉴 엑스컴은 콘솔 세대에게 매력을 주도록 멋진 표현으로 세심하게 다듬어진 경험이지요. 그것 자체로는 아주 좋다고 생각해요.

xcom-geo-choice
엑스컴: 에너미 언노운, 지오스케이프 미션 선택

akachei: 뉴 엑스컴은 언제나 명료한 결정을 내린다는 점이 득이기도 하지만 인공적으로 느껴질 때가 있죠. 미션 일반 그렇지만 특히 지오스케이프에서 반드시 ‘셋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부분이 그래요. 그에 비해 오리지널은 명료하게 제시되지는 않더라도 좀 더 유기적이었죠. 이런 부분이 새로운 디자이너들이 게임에 접근하는 방식의 한계라고 생각하나요, 아니면 구현 방법의 하나라고 생각하나요?

갈롭: 아주 좋은 분석인 것 같습니다. 저도 동의합니다. 알고리즘으로 생성하는 콘텐츠가 많은 게임에서는 플레이어에게 고른 경험을 장담하기 무척 어렵죠. 어떨 때는 좋다가 어떨 때는 지루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장기적으로 더욱 흥미로운 게임이 된다면 이따금 지루한 쪽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뉴 엑스컴은 그 명백한 ‘게임스러움’으로 약간 선을 넘어서 게임의 테마와 플레이어가 해야 하는 역할에 부조화하는 측면이 있었죠. 게임의 정합성에 좀 해가 되었습니다. 그런 접근법의 타고난 한계라고 생각해요.

oreo_for_president: 더 뷰로: 엑스컴 디클래시파이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갈롭: 솔직히 안 해봤습니다. 턴제 전략 게임이 아닌 엑스컴 게임은 딱히 끌리지 않아요. 저한테는 별로 어울리지 않게 보여요. 그 자체로는 좋은 게임일지 모르겠지만요.

setsuwentash: 90년대 게임과 비교해서 요즘 전략 게임, 특히 뉴 엑스컴의 AI를 어떻게 생각하나요?

갈롭: 처리 능력이 훨씬 크니까 AI는 더 좋아졌어야 했는데, 정말로 좋아진 것 같진 않습니다. 오리지널 엑스컴의 AI는 몇 kb 안에서 프로그래밍해 80386 PC에서 돌아가도록 설계했었죠. 뉴 엑스컴은 잘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행동을 기반으로 하는 데다가 플레이어가 유발하는 트리거에 많이 의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적어도 제 인상은 그랬습니다.

Cable_Salad: 더 복잡하고 어려운 올드 엑스컴의 게임플레이가 시대에 뒤떨어지고 새롭고 캐주얼한 엑스컴 디자인에 자리를 내줘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갈롭: 어렵네요. 뉴 엑스컴이 확실히 나은 부분들도 있습니다. 튜토리얼이 더 좋고, 인터페이스도 좋죠. 옛날의 복잡한 엑스컴은 약간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어요. 플레이어가 무얼 하든 외계인은 자기 목표를 지니고 계획을 진행해 나가지요. 좀 더 시스테믹하고 짜여진 부분은 적었습니다. 저는 아직 그런 방식을 선호해요. 뉴 엑스컴이 아니더라도 요즘 대작 게임에서 이런 건 안 보이는 것 같네요.

xenonauts-farm
제노너츠

Jimmius: 엑스컴의 팬 리메이크인 《제노너츠》는 어떻게 생각해요?

갈롭: 그 사람들이 하고 있는 걸 지켜보는데, 아직 직접 플레이해보진 않았어요(예정에 있습니다). 여러 면에서 오리지널 엑스컴에 충실한 것 같아서 나빠 보이진 않는데, 직접 해봐야 알겠지요. 그 사람들이 프로젝트에 엄청난 노력을 들였다는 걸 잘 아니까 행운을 빕니다. 성공하길 바래요.

Stranger371: 당신이 엑스컴 같은 턴제 전략 게임을 새로 만드는 거 보고 싶어요. 앞으로 그럴 계획이 있나요?

갈롭: 엑스컴 스타일의 게임을 다시 만들 생각은 여러 번 했었죠. 가장 최근이 2011년인데, 파이락시스가 엑스컴을 발표하면서 생각을 관뒀습니다. 그 기반 시스템을 바탕으로 다른 테마를 가진 게임이라면 생각해볼 겁니다.

GuiltyPayThePrice: 판타지 설정으로 엑스컴 스타일 만드는 거 생각해본 적 있어요? 엑스컴 시리즈 정말로 좋아하는데 파이널 판타지 택틱스와 파이어 엠블렘 같은 게임이 엑스컴 같은 시스템과 그래픽 밀도로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제발!

갈롭: 있습니다. 잘 안 알려진 이야기인데요. 첫 엑스컴이 나온 다음에 너무 지쳐서 새로운 걸 해보고 싶었어요. 1930년대 배경에 러브크래프트의 크툴루 신화 같은 걸 기반으로 컬트와 포탈, 평행 세계, 나치가 나오는 엑스컴 스타일 게임을 제안했죠. 마이크로프로즈는 호러 게임이 안 팔린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그 아이디어의 일부는 《엑스컴: 아포칼립스》에 들어가기도 했어요.

unity-of-command
유니티 오브 커맨드

D3ADRozes: 전략 게임의 현 상황은 어떻게 생각해요?

갈롭: 좋아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엑스컴이 두드러지는 성공이었지만 정말로 좋은 게임들이 나오고 있죠. 가령 저는 뛰어난 표현과 UI를 가진 《유니티 오브 커맨드》가 참 좋습니다. 《배틀 오브 벌지》와 《드라이브 온 모스코》 등 셰넌도아 스튜디오가 만드는 아이패드 게임들도 좋아해요. 《유로파 유니버설리스》와 《크루세이더 킹즈 2》는 경외롭지요. 그래도 질 높은 턴제 전략 게임이 더 많이 나와줬으면 좋겠습니다.

EmeraldX3: 좋아하는 게임 다섯 가지랑 이유 이야기해줘요.

《마스터 오브 매직》 – 굉장히 엑스컴스럽고 사랑스러움

《게임보이 워즈 어드밴스》 (GBA) – 훌륭한 휴대용 턴제 전략 게임

《문명 2》 – 대전략 게임의 할아버지

《파이어 엠블렘》 (GBA) – 사랑스러움, 긴장감, 한 번 죽으면 끝인 잔인함

《로드 오브 미드나이트》 (ZX 스펙트럼) – 그 시대에 굉장히 인상적인 게임, 나한테 많은 영향을 줌

Lobo2ffs: 돈과 시간이 충분하다면 만들어 보고 싶은 완벽한 게임이 있나요?

갈롭: 캐릭터와 스토리라인, 기술, 세계까지 완전하게 랜덤으로 생성되는 미래 우주를 만들어 보고 싶어요. 일종의 RPG에 전략과 정치, 경제, 문화가 다 있는 거지요. 당연히 어떤 위협이 닥쳐서 극복해야 하는데, 그 종류는 플레이할 때마다 다른 겁니다. 좀 야심이 큰가 싶지만.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