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리안 인터뷰: 《오리지널 씬》 이후의 RPG, 복잡성의 필요성, 새로운 시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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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올린 인핸스드 에디션 소식에서 말했듯이 RPS 인터뷰의 번역입니다. 인터뷰가 두 쪽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인핸스드 에디션 이야기를 주로 하는 1쪽은 생략하고 라리안이 앞으로 만들어갈 RPG의 방향을 들어볼 수 있는 2쪽을 번역했습니다.

RPS: 우리가 처음 《디비니티: 오리지널 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을 때가 출시 한참 전이었는데, 그때는 컴퓨터 RPG 씬이 아주 달랐다. 그런 점이 《오리지널 씬》의 위치나 매력에 어떤 영향을 줬다고 생각하는가?

빈케: 무슨 질문인지는 알겠지만 솔직히 말해서 개인적으로 경쟁자들 게임을 많이 못 해봤다. 우리가 가는 길은 1년 전에 시작되었다. 그러니까 우리가 지금 만드는 다른 게임들의 제작 말이다. 공감할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오리지널 씬》이 옛 것만이 아니라 새로운 것들도 시도했다고 생각한다. 지금 만드는 신작들도 정말 새로운 것들을 하고 있다. 우리는 옛 것에서 어떤 부분들을 유지하면서도 언제나 그 위에 새로운 걸 쌓아가고 싶다.

지금 우리는 이전에 누구도 해본 적 없는 것을 실험하고 있다. 이 인핸스드 에디션 자체도 누구도 해본 적 없는 일이다. 이런 종류의 RPG에서 분할화면 로컬 코옵은 누구도 한 적이 없다. 그 많은 게임 중에서 《스파이 vs. 스파이》를 처음 플레이해봤던 때부터 나는 이런 게임을 해보고 싶었다.

이런 새로운 시도들이 우리 스튜디오에 딱 어울린다. 계속 그렇게 해나가고 있다.

RPS: 《오리지널 씬》의 멀티플레이어는 누구도 하지 않았고 하고 있지도 않은 부분인 만큼 멀티플레이어를 즐기는 방식을 더 늘린다는 게 말이 되는 것 같다. 《오리지널 씬》은 캐릭터 하나로 플레이하는 싱글플레이어 RPG와 더 큰 파티 기반 RPG 사이에 있는 느낌이다. 흥미로운 위치다.

빈케: 멀티플레이어는 이 게임 존재의 핵심이면서 또 싱글플레이어 경험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게 바로 TRPG의 본질 아닌가? TRPG는 혼자서 플레이하지 않는다.

RPS: 예전보다 TRPG의 영향과 교훈에 대한 이야기를 점점 더 많이 듣게 된다.

빈케: 멀티플레이어에서는 플레이어가 특정한 방식으로 플레이하도록 유도하는 부분이 있다. 그런 부분이 우리에게 자유로운 게임을 만들도록 유도한다.

막 신작 게임 중 하나의 회의를 마치고 온 참이었다. 회의에서 누군가, 만약 디자인에서 이런 걸 하게 되면 다른 플레이어에게는 불공평하다고 했다. 나는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5%의 경우 말고 작동하는 95%에 집중해야 한다. 몇 가지 비정상적인 경우 때문에 흥미로운 사고방식을 놓치게 된다”고 답했다.

퀘스트와 세계 구축을 조직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꾸어야 한다. 《오리지널 씬》을 만들면서 많이 배웠고 우리들이 이런 부분을 고려하는 방식도 발전했다. 게임 전반에서 디자인의 자유를 유지한다면 플레이어는 그걸 싱글플레이어에서도 멀티플레이어에서도 느낀다. 멀티플레이어에서 필요하기 때문에 전통적인 싱글플레이어 게임에서는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걸 하게 되고, 그게 결과적으로 싱글플레이어에도 좋은 영향을 준다.

《오리지널 씬》에서 예를 하나 들겠다. 모든 캐릭터를 죽이고도 게임을 끝낼 수 있어야 한다는 규칙은 여전히 아주 유효하다. 디자이너들이 그 규칙을 지키도록 항상 싸워야 하는데, 이건 우리처럼 멀티플레이어 RPG를 만드는 방법의 핵심이기도 하다. 그 규칙 자체가 자유의 존재를 의미한다. 당신이 게임을 하면서 그런 자유를 활용하지 않을지도 모르고 99%의 플레이어는 전혀 하지 않겠지만, 그게 가능하다는 사실은 안다. 안다는 것 자체가 자신의 행동에 더 큰 무게감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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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PS: 라리안의 디자인은 핵심적인 개념과 규칙을 두고 그 위로 구축해 나가는 방식인 것 같다. 인핸스드 에디션은 그런 부분에서 확장된 부분이 있는가? 아니면 그런 핵심 철학의 구현이 이미 전반적으로 자리를 잡은 상태인가?

빈케: 인핸스드 에디션은 거기에 더한 부분이 별로 없다. 캐릭터 성장 폭은 더 넓어져서 더 많은 유형의 캐릭터를 만들 수 있게 되긴 했지만, 더 큰 개념의 확장은 차기작에서 집중하고 있다. 이제 세계 전체를 돌아가게 만드는 시스템 부분을 손대기 시작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필라스 오브 이터니티》를 보면, 아직 아주 조금만 플레이해봤을 뿐이지만, 굉장히 스토리 중심의 게임으로 보인다. 반면 《오블리비언》이나 《스카이림》 같은 걸 보면 아주 시스템 중심적이다. 우리가 자리 잡고 싶은 곳은 그 가운데 어딘가다. 스토리와 시스템이 함께 작용해서 병목 없는 자유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병목은 고전적인 스토리텔링 방식이다. 눈치챘는지 모르겠지만 《오리지널 씬》에서는 카메라가 플레이어 캐릭터를 벗어나는 경우가 한 번도 없는데, 그런 식으로는 스토리텔링이 무척 어렵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그렇게 만든다. 어떤 NPC가 생존하리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그 NPC를 만났을 경우에만 스토리라인에 중요한 무언가를 전달할 수 있다. 심지어 그래도 보이지 않는 거리에서 그 NPC를 죽여버리는 방법도 있다.

우리는 그 모든 경우를 고려해야 한다. 《오리지널 씬》을 만들면서 많이 배웠고 그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지금 우리가 만들고 있는 것 중 그 모든 시스템들의 존재 위에 내러티브에 더 관여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있다. 던전 마스터처럼 말이다.

RPS: 《필라스 오브 이터니티》에 대해 이야기할 때 디렉터 조쉬 소여는 그 게임의 디자인 중 한 부분이 좋은 던전 마스터의 모사라고 했었다. 같은 목표이면서도 완전히 다른 접근법이다. 《오리지널 씬》은 그 개념에 새로운 아이디어로 나아가는 첫 걸음인가, 아니면 앞서 다른 게임들이 걸었던 길에서 더 나아가는 것이라고 보나?

빈케: 《오리지널 씬》 같은 게임은 없었다. 무엇보다 멀티플레이어 부분이 그렇다. 전투는 여러 게임들에서 빌려온 부분들의 조합이면서 사람들의 주목을 끌어 게임의 다른 부분으로 유도하는 역할을 아주 잘 했다. 만약 우리가 (전투가 아닌) 이 모든 상호작용 가능한 아이템들과 누구든 죽일 수 있는 자유를 앞서 홍보하려고 했다면 이만큼 팔 수 있었을까 모르겠다. 사람들은 그런 부분을 고유의 셀링 포인트로 인식하지 않는다. 하지만 전투 시스템이 재미있고 관심을 끌어옴으로써 사람들이 세계를 가지고 놀고 온갖 다른 것들을 즐길 수 있음을 깨닫게 해주었다.

그리고 우리는 새로운 턴제 RPG 물결의 첫 게임 중 하나였다. 우리가 최초였다고 생각하는데, 단지 우리가 다른 쪽들보다 게임을 완성하는 데 좀 오래 걸렸다. (웃음) 그런 향수의 물결 역시 도움이 되었다. 우리는 우리의 향수에 새로운 옷을 입혔지만.

RPS: 향수라고 하면 어색한가? 《오리지널 씬》은 새로운 걸 했다고 하는데 나도 물론 동의한다. 하지만 여러 RPG와 킥스타터 게임들을 이야기할 때는 향수가 중심이 되는 경향이 있다.

빈케: 게임에 있어 한 가지 규칙은, 다른 매체와 아주 다른 점인데 사람들이 게임마다 뭔가 다른 걸 원한다는 것이다. 적어도 내 경우는 그렇고 대부분 사람들도 그럴 것이다. 반면 영화 같은 경우에는 사람들이 같은 공식을 백 번 봐도 또 계속 본다.

그저 오래된 공식을 재탕하는 것이라면 장기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뭔가 새롭고 다른 걸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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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PS: 《오리지널 씬》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준 게임들이 있는가. 나는 항상 《울티마 VII》을 말하고 당신도 그렇다. 《울티마 VII》은 그걸 잇는 후속도 없었고 그 정도 정교함을 가진 게임도 그 이래 없었다. 어떻게 보면 막다른 길이 되서 그 게임을 다시 볼 때면 돌아본다고 하기 보다는 사실 미래를 생각하게 만든다.

빈케: 맞다. 나도 같은 생각이다. 90년대 게임들에서 줄기가 별다른 이유 없이 막혀버린 부분들이 있다. 굉장히 매력적인 것들이 많았는데. 누군가 그 모든 밤낮 주기와 NPC 스케줄, 기타 여러 가지를 가지고 진정 현대적인 《울티마 VII》을 만든다면 정말 잘 될 거라고 확신한다. 내가 볼 땐 자명하다. 그런 점에서 나는 그 사람들이 울티마에 한 일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니까…아, 말도 말자. (웃음)

RPS: 당신이 하는 일이 너무 복잡해진다고 생각한 적 있나? 사실상 게임이 주는 즐거움을 줄이지 않으면서 그 복잡한 규칙과 시스템에서 잘라낼 부분이 있다고 보는가?

빈케: 가끔은 어떤 상호작용도 없는 게임들을 두고 사람들이 굉장하다고 하면 실망감이 든다. 모서리를 전부 잘라낸 게임들 아닌가! 그런 식으로는 혁신을 할 수 없다.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면, TRPG 같은 경험을 만들고자 한다면 오히려 모서리를 잘라내지 않도록 해야 한다. 모서리를 잘라낸다는 건 자유를 잘라낸다는 뜻이다. [잘라내지 않으면] 개발이 훨씬 복잡해진다. 하지만 경험을 쌓으면서 더 잘 할 수 있게 된다. 플레이어의 자유에 관해 혁신할 수 있는 다음 단계에 더 가까워지게 된다. 그게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이다. 플레이어 입장에서도 뭔가 이상한 짓을 했는데 통하는 순간 같은 데서 가치를 느낀다. 멋진 일이다. 자기가 하는 행동에 의미가 있음을 알게 되는 것, 그게 가장 큰 보상이다.

RPS: 그건 RPG라는 장르에 자연스럽게 들어맞는 부분이기도 하다. 시스템의 자유와 강한 내러티브를 섞는 게 얼마나 어려운가? 사람들과 《오리지널 씬》 이야기를 하면 캐릭터와 사건보다는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이 한다. 드래곤 에이지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와는 거의 정 반대다.

빈케: 그 부분은 확실히 개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핸스드 에디션에서는 확실히 개선된 부분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인핸스드 에디션의 주안점 중 하나기도 했다. 스토리를 강화하려고 배경이야기를 더 많이 넣었고 플레이어 캐릭터들을 포함해 일부 캐릭터들의 동기를 개선했다. 이런 부분들은 원래 출시 때부터 해야 했을지 모르겠지만 해내지 못했던 부분이다. 이제 가능하게 되었다.

여기서도 아직 가야 할 길이 먼데, 그 앞으로 가야 할 부분은 다음 게임에서 집중할 것이다. 《오리지널 씬》에서 두 명의 작가가 있었는데 이제 일곱 명이다. 아마 여덟 번째 작가도 있을 것 같다. 스토리텔링과 세계 구축을 강화하기 위해 많은 고용이 있었다.

RPS: 다음 게임이 MMO는 아닐 것 같다. 안 그런가?

빈케: (웃음) 아니, 아니다. F2P! 아니다. 상당히 지루할 거다. 우리가 만들려는 게임은…지금 만드는 두 개의 RPG와 인핸스드 에디션, 지금 이것들만 해도 아주 많다.

RPS: 라이선스 게임에는 관심이 있나? 짚이는 데가 있다.

빈케: 내가 어디서 누군가와 앉아있는 모습을 봤을지도 모르겠다. (웃음) 라이선스 이야기는 했었지만 지금 만드는 두 개 게임은 모두 우리의 오리지널이다. 당신이 언급한 걸 포함해서 지체하지 않고 만들어 보고 싶은 라이선스가 두 개 있긴 하다. 하지만 아직 확실한 건 없다.

RPS: 게임스컴에서 더 이야기하자. 인핸스드 에디션 출시는 언제인가?

빈케: 확실히 올해 나온다. 콘솔 출시에 필요한 여러가지 사항을 거쳐야 하긴 하는데, 오래 걸리진 않을 거다.

RPS: 시간 내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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