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아너드》 하비 스미스: 악한 행동을 한 플레이어를 악당 취급하는 것

dishonored-samuel

《디스아너드》 마지막 레벨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디스아너드》의 마지막 레벨은 플레이어가 그간 플레이해온 방식에 따라 크게 바뀝니다. 이전의 다른 레벨들도 그렇지만 마지막 레벨은 플레이어가 일으킨 ‘혼돈’의 정도에 따라 특히 극명한 차이를 보입니다.

그 차이를 가장 먼저 보여주는 것이 항상 자신을 미션 장소로 데려다 주었고 가장 신뢰할 수 있었던 뱃사공 사무엘과의 대화입니다. 혼돈 수치가 낮으면 혼란스러운 시국에도 올바른 마음을 유지할 수 있었던 코르보에게 존경을 표하는 반면, 높은 경우에는 대놓고 혐오감을 드러냅니다.

거기다 누구 가릴 것 없이 보이는 대로 죽이고 다녀서 정말로 큰 혼돈을 일으킨 플레이어라면 사무엘에게 더 큰 비난을 듣고 ‘배반’ 당하기까지 합니다.

《디스아너드》의 공동 디렉터인 하비 스미스가 최근 한 인터뷰에서 그 장면에 담긴 뒷이야기를 전했습니다. 그 장면을 삭제하라는 압박(!)을 받았었다는군요.

“《데이어스 엑스》도 이야기했는데, 사람들이 듀클레어 저택에 큰 전투를 넣어야 한다고 저를 정말 압박했었습니다. 니콜렛 듀클레어를 이끌고 니콜렛이 저택의 여러 방에 대해 코멘트를 하는 순간 말이에요. 저는 싸우고 싸우고 싸워서 지켜냈습니다. 많은 비율의 플레이어들은 그 부분이 정말 지루하다고 말했죠. 하지만 적어도 일부 플레이어들은 그 부분이 정말 중요한 부분이었다고, 게임에서 그런 경험을 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디스아너드》도 비슷한 일이 있었죠. 라프(공동 디렉터이자 아케인 창립자인 라파엘 콜란토니오)와 저는 프로젝트가 거의 끝날 때 쯤에 결심했습니다. 만약 플레이어가 아주, 아주 어둡게 게임을 플레이한다면, 목표를 위해 죽이는 것만이 아니라 정도를 벗어나 하인들과 다른 사람들까지 죽인다면, 게임 마지막 부분에 사무엘 비치워스가, 보트로 당신을 여기저기 데려다 주던 노인인데, 이런 말을 합니다. ‘당신이 해온 짓을 혐오하오.’ 그리고 총을 꺼내 허공에 쏴서, ‘그래서 이렇게 당신이 온다는 걸 놈들에게 알려주는 거요.’라고 하죠. 당신을 배반하는 겁니다. 그 부분을 삭제하라고 엄청난 압박을 받았었습니다.

사람들은 비디오게임 캐릭터에게 불쾌한 취급 당하거나 자신이 영웅이 아니고 악당이란 소리를 듣는 데 익숙하지 않으니까요. 모두들 비디오 게임 안에서 당신은 훌륭하다, 뭘 하든 간에 훌륭하다는 소리를 듣고 싶어하죠. 모든 사람을 학살했어도, 하인들을 죽이고 노인들을 죽이고 걸인들을 죽였어도, 당신은 훌륭하다, 훈장을 받으시오, 당신은 영웅이다.

저희는 그게 정신 나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저희가 추구하는 가치에도 맞지 않고, 세상이 그렇게 돌아가지도 않고, 게임이 아닌 다른 픽션에서도 그러진 않습니다. 한 남자가 아침에 일어나 집에 있는 사람들을 다 죽이고, 거리로 나가 직장에 가는 사람들을 다 죽이고, 사무실에 있는 사람들을 다 죽이고, 결말 부분에서 훈장을 받고 영웅 대우 받고 큰 자리를 받는 소설이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말이 안 되죠. 저희는 플레이어가 게임 안에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되, 그 안의 세상이 그런 표현에 적어도 어떤 식으로라도 반응하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사무엘이 당신을 배반하고 총을 쏘는 장면은 우리가 싸워서 지켜내야 했던 겁니다.”

이 발언은 하비 스미스가 소설을 출간한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작가 자신의 자아 투영과 접하는 사람의 만족을 균형 잡는 데 있어 소설과 게임의 차이를 언급하면서 나왔습니다. 스미스는 소설에 비해 게임은 상업적일 수 밖에 없는 만큼  작가의 자아 투영 비율이 적을 수 밖에 없지만, 가령 사무엘의 배반 같은 이런 부분 만큼은 지켜내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사실 사무엘 장면만이 아니라 ‘재미있게 만들어진 살상 플레이를 했더니 배드 엔딩’은 《디스아너드》 출시 이후 여러 번 논쟁이 되었던 부분이기도 하죠.

개인적으로는 이런 방향성을 응원하고 싶군요. 《디스아너드 2》에서도 압박을 이겨내고 더 나아가 줬으면 좋겠습니다.

“《디스아너드》 하비 스미스: 악한 행동을 한 플레이어를 악당 취급하는 것”의 2개의 생각

  1. 의도 자체엔 공감하지만 악행의 범주가 지나치게 넓어서 게임 플레이를 제한한건 썩 그리 좋은건 아니었던것 같습니다. 의도가 좋은 만큼 그저 사람 죽이는 수에 의존하기보단 더 나은 방식을 찾으면 좋겠군요

  2. 이렇게 오해를 풀려고 했는데도 방관자 죽음에서 혼돈 시스템 축소 시킨걸 보면 게임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제데로 보여준 시리즈라고 봅니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