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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아벨론 인터뷰: 지망생 시절부터 블랙 아일, 옵시디언, 그리고 현재의 프리랜서 시기까지

chris-avellone-t게임즈TM이 크리스 아벨론의 20년 넘는 경력을 조명하는 인터뷰를 실었습니다.

첫 컴퓨터 게임 경험부터 TRPG 디자이너 지망생 시절, 인터플레이/블랙 아일, 옵시디언, 그리고 현재의 프리랜서 시기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재밌는 일화들, 아벨론의 생각들이 한국어 매체나 블로그에서는 별로 다뤄진 적이 없는 것 같고, 개략적이지만 전반적으로 아벨론의 프로필을 알아볼 수 있는 인터뷰라서 오랜만에 번역해봤습니다. 크리스 아벨론 개론 2016년판이라고 해도 되겠군요.

특히 이 인터뷰에서는 아벨론이 인터플레이/블랙 아일과 옵시디언의 경영진에 대해 품고 있는 생각과 후회, 지금의 프리랜서 생활을 즐거워 하는 이유가 여실히 드러납니다. (수동 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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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비디오게임 경험은 뭐였나?

TRS-80(4K)용 《헌티드 하우스》. 거짓과 기만이 가득한 텍스트 어드벤처 게임이었고 오늘날까지도 플레이한 것을 후회하고 있다. 마지막에서 두 번째 레벨까지 갔는데 무슨 동사나 명사 조합을 해도 이길 수가 없었다. 게다가 내가 영원히 마법의 검에 관심 가지지 않게 된 계기가 됐다.

경력에서 스토리텔링과 문학 쪽 배경이 강한데 학교에서 배웠나?

나는 토마스 제퍼슨 과학고등학교에 갔는데, 덕분에 내가 똑똑하다는 생각을 절대 할 수 없게 됐다. 나는 거기서 하위 10%였고 똑똑한 애들에게 집단으로 얻어맞는 기분이었다. 주먹 말고 성적으로 얻어맞는 거라 덜 아팠지만 더 오래 아프더라. 졸업 후에는 대체로 빈둥거리면서 돈 마련하려고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남는 시간 대부분은 출판사들에 보내는 TRPG 모듈을 썼다.

D&D의 팬이었나?

처음에는 그랬다. 처음으로 한 캠페인(당시에는 기본이었던 ‘더 킵 온 더 보더랜드’를 제외하고)이 ‘어게인스트 컬트 오브 더 렙타일 갓’과 거대한 모듈인 ‘템플 오브 엘리멘탈 이블’이었다. ToEE는 결판이 나지 않고 몇 년을 가다가 파티가 엘리멘탈 노드 중 하나로 사라져버리고 나서 우리 모두 이게 가장 똥 같은 캠페인이라고 결론 내리게 됐다. 그 후로 D&D는 제쳐두고 ‘슈퍼월드’, ‘챔피언스’, ‘워해머: 판타지 롤 플레이’로 욕구를 채웠다. 하지만 D&D는 상호작용하는 스토리를 가능하게 해줬다는 점과 규칙이 있는 가장 놀이였다는 점에서 큰 영감을 줬다.

그러다 어떻게 비디오게임 업계로 가게 됐나?

히어로 게임즈의 내 편집자가 인터플레이의 D&D 부서인 드래곤플레이에 면접을 잡아줄 때 추천 보너스로 300달러어치 소프트웨어와 트레이드됐다. 처음으로 (마지막도 아니고) 매춘부가 된 기분이었고 정말 비참했다. 하지만 내가 사랑하는 프랜차이즈의 게임들을 만들 수 있어서 그나마 밤에 잠 자는 데 도움은 됐다.

내러티브 외에 게임 디자인과 코딩에도 관심이 있었나?

게임 마스터링과 관련된 건 뭐든지 하고 싶었다. 내러티브 이외 분야는 대체로 다른 사람들이 맡았기 때문에 다른 분야를 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아마 그게 잘된 일이겠지만 적어도 다른 걸 시도해볼 기회라도 있었으면 좋았을 거다. 한 때 BASIC 코딩을 했던 적은 있지만 썩 잘하진 않았다.

인터플레이에서 처음으로 작업한 큰 게임은 뭐였나?

《디센트 투 언더마운틴》. 타이틀을 만들 때 역할과 책임의 정립, 위에 있는 사람들의 지원이 중요함에 대해 많은 걸 배웠다. 그리고 《폴아웃 2》에 참여했는데, 안타깝게도 1편(내가 해본 최고의, 가장 혁신적인 RPG라고 생각한다) 같은 리더십이나 디자인 감독을 받지 못한 프로젝트였다. 버그들과 함께 그런 부분에서 폴아웃 세계가 어려움을 겪었다고 본다. 준비되기도 전에 출시하라는 압박이 컸다. 《폴아웃 2》를 사랑하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프로젝트 관리가 더 잘 됐다면 좋았을 거다.

아마 이 시기에 당신이 참여한 게임 중 가장 많은 사람을 받는 것들이 인피니티 엔진 게임들일 거다.

그 엔진에 대한 찬사는 바이오웨어가 받아야 한다. 나는 그 엔진이 없었다면 블랙 아일은 그 게임들 대부분을 만들지 못했을 거라고 이야기한다. 실제로도 여러 차례 증명됐다. 엔진 만들기는 어려운 일이고 바이오웨어는 좋은 엔진을 만들었다.

발더스 게이트와 아이스윈드 데일에 참여하는 한편 가장 큰 역할을 한 게임은 《플레인스케이프: 토먼트》였다.

예쁜 이야기는 아니다. 인터플레이는 플레인스케이프 라이선스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걸로 뭘 할지 몰랐다. 플레이스테이션 게임을 만들려고 했지만 잘 되지 않았고, 결국에 하게 된 게 ‘이 라이선스랑, 인피니티 엔진이랑, 보통 이 엔진으로 게임 만들 때보다 절반의 인원을 가지고 게임을 만든다. 시작!’이었다. 그런데 나는 그게 좋았다. 제작이 시작되기 한참 전에 스토리를 쓰고 다듬을 수 있었다. 작고 열정적인 팀이 있었다. 사람들이 그 테마와 방향성에 좋은 반응을 줘서 기뻤다. 반응이 안 좋을까봐, 그래서 일자리를 잃을까 무서웠었다.

《발더스 게이트: 다크 얼라이언스》는 당신이 전까지 맡았던 것들과 다른 액션 지향의 콘솔 게임이었다. 어떤 역할을 했나?

나는 스토리를 했다. 스노우블라인드가 개발한 기술은 자랑스럽지만 내 상사들이 이리저리 밀고 당겼던 스토리는 자랑스럽지 않다. 상사들이 하는 스토리 제안들이 점점 많아져서는 스토리를 일찍 작업하는 게 오히려 일종의 형벌이 된다는 걸 깨닫게 될 정도였다. 가장 난해한 제안들의 타겟이 됐기 때문이다. 어쨌든 원래 계획한 스토리와 규모는 빛을 보지 못했고, 다른 무엇보다 먼저 완성했던 스토리가 아이러니하게도 최종적으로는 빈약하고 서두른 모양새가 됐다. 근본적인 게임플레이가 부족한 스토리를 만회해줄 수 있어서 기뻤다.  내 한계를 인정하고 나는 콘솔 액션 RPG의 리드 디자이너에 맞지 않는다고 깨닫고 나서 후속작으로는 데이비드 말도나도를 추천했다.

인터플레이가 어떻게 잘못 되기 시작했다고 보는가?

인터플레이의 마지막 5년은 별로 좋은 모습이 아니었다. 콘솔의 폭발적 성장을 놓쳐서 따라잡으려고 했었고, 블랙 아일은 자기만의 엔진을 만들지 못하면서 확실히 타격을 받았다. 리스테크 같은 엔진을 활용하려는 시도도 제대로 되지 않아 ‘톤’을 비롯한 여러 타이틀이 취소됐다. 몇 년이 낭비됐고 계속 그런 일이 일어나면서 사기에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보면 아이스윈드 데일 시리즈가 매출을 냈지만 바이오웨어 이후로는 달리 새로운 성공을 보지 못했다. 그리고 아윈데 시리즈는 짧고 재미있는 프로젝트긴 했어도 RPG 장르의 발전에는 별 역할을 못 했다. 간신히 물에 떠있는, 아니 그보다는 천천히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유쾌한 시기는 아니었다.

‘발더스 게이트 3’와 ‘반 뷰렌'(폴아웃 3)이 취소되면서 상황은 더 심각해졌고 전자의 취소 이후에 당신은 인터플레이를 떠났다. 무슨 일이 있었나?

내가 있던 동안에 반 뷰렌은 종이 프로토타입(지역과 시스템, 스토리 부분에서 상당히 진행됐다) 이상으로 별로 나아가지 못했다. 팀원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나조차도 계속 《라이온하트》 쪽으로 끌려갔는데 블랙 아일은 거기서 내가 무슨 역할을 할지 제대로 정하지도 못했다. 그 쪽에서 나오고 겨우 반 뷰렌을 작업할 수 있게 됐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발더스 게이트 3의 프리프로덕션 작업으로 끌려갔다. 별로 즐거운 작업은 아니었다. 발더스 게이트 3가 취소되고 나서 나는 인터플레이를 떠났고 그 시점 이후로 진행된 반 뷰렌 작업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하지만 내가 한 디자인 작업은 언젠가 써먹을 때를 대비해 고이 간직했다. 그 시점에 나는 개발자들이 아무리 열심히 작업해도 한 순간에 모두 날아갈 수도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깨달았다.

그렇게, 비록 반 뷰렌을 사랑했지만 폴아웃을 인터플레이에 맡겨두고 떠났다. 그리고 잠시 동안 스노우블라인드와 다시 함께 일하면서 《챔피언스 오브 노라스》의 스크립트 닥터를 맡았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1년이 안 돼서 반 뷰렌이 취소됐다. 후회가 됐지만 내 잘못도 다른 개발자들 잘못도 아니란 걸 알고 있었다. 다른 유일한 후회라면 스노우블라인드와 잠깐 프리랜서로 일했을 때 계속 프리랜서 활동을 하는 게 훨씬 더 나은 길이었음을 깨달아야 했다는 점이다.

그리고나서 전 블랙 아일 직원들과 옵시디언을 공동으로 창립했다. 가장 처음 만든 게임들이 뭐였나?

《구공화국의 기사단 2》의 리드 디자이너였고 《네버윈터 나이츠 2》의 거의 모든 동료를 썼다. 상당히 가혹한 죽음의 행진이었다. 나는 별로 스타 워즈 팬도 아니었다. 하지만 구공기와 그 세계의 팬이 됐고 ‘현대’ 스타 워즈 세계가 아닌 곳을 탐색하는 기회를 즐기게 됐다. 그리고 스타 워즈 단편 각본 몇 개를 쓸 기회도 얻게 됐고 특히 스타 워즈: 클론 워즈 어드벤처 단편 만화들도 쓰게 됐다. 처음으로 만화를 작업해본 거였는데 내 편집자였던 다크 호스의 데이브 마셜이 자기 시간을 아주 관대하게 내줬고 많은 인내를 보여줬다. 영원히 감사한다.

옵시디언의 가장 유명한 게임은 《폴아웃: 뉴 베가스》일 것 같다.

다시 폴아웃 세계로 돌아가서 인터플레이 당시 몇 년 동안 디자인했던 반 뷰렌의 요소들(장소, 세력, 기술, 심지어 나이트킨의 정신병까지)을 쓸 수 있어서 수 있어 좋았다. 정말 즐겁게 만들었다. 특히 DLC들.

작년에 옵시디언을 떠났다. 이유가 뭔가?

나는 스벤(빈케, 라리안 스튜디오 CEO)이 좋다. 《디비니티: 오리지널 씬 2》의 파티 관계 시스템이 마음에 든다. 그 게임의 던전 탐험도, 그 작가들도 마음에 든다. 관리자들의 지지와 신뢰를 원하게 되었을 때, 라리안이 줬다. 디자인 요소들을 제안하면 들어준다는 점이 묘한 기분이었다. 꼭 모든 것에 동의하지는 않더라도 그 사람들은 들어준다. 내겐 그걸로 충분했다. 지금 나는 《디비니티: 오리지널 씬 2》에 참여하고 있고 다른 것들은 아직 말할 수 없다. 곧 공개할 수 있길 바란다.

개인적으로 최고의 순간들은?

《사우스 파크》에서 처음으로 프로듀서를 맡아봤을 때, 애니메이션 컷씬 공정을 고치면서 온 그 만족감. 그리고 《플레인스케이프: 토먼트》가 출시되고 오래 지나서도, 오늘날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우리가 만든 게임을 즐겨주고 자기들 게임을 만드는 데 영감을 줬다고 할 때.

세월을 거치며 게임 디자이너의 역할은 어떻게 변해왔나?

더 전문화됐다. 내가 업계에 들어왔을 때는 게임 디자이너라는 것도 없었는데 이제는 시스템, 레벨, 내러티브 등 다양한 디자이너들이 있고 모두 계층으로 조직화되어 있다.

게임 디자이너가 되고 싶은 사람에게 어떤 조언을 줄 수 있나?

지금 당장 모드나 게임을 만든다고 막지 않는다. 만들어라. 공개된 게임 엔진들과 디지털 배급의 세상에서 자기 자신의 의욕을 제외하면 더 이상 별다른 장애물은 없다. 그러니까 가능성에 머무르지 말고 진짜가 돼라. 누구든 RPG 관련해 더 구체적인 조언이 필요하다면 가능한 부분은 언제든 도와주고 싶다. 내 트위터로 말 걸어주면 할 수 있는 만큼 도와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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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그동안 영어로 나온 여러가지 크리스 아벨론 인터뷰 등을 챙겨 읽은 분이라면 익숙한 이야기들일 거고, 여기서는 좀 많이 개략적으로 다루어졌다고 생각하는 부분도 있을 겁니다. 특히 아벨론이 트위터에서 하는 수동 공격 수위는…

어쨌든 자유의 몸이 된 아벨론의 앞으로의 행보, 그리고 언젠가 언급한 자기만의 팀을 꾸리게 될 때를 기대하고 싶군요.

[모닥불 잡담] 울티마 7 따라잡기, 옵시디언 13주년, 폴아웃 4 대화 시스템, 성별 옵션 등

모닥불 잡담이 다시 한 번 오랜만에 돌아왔어요. 지난 회에는 단신 모음에 가까운 이야기들을 했지만, 이번에는 코너의 취지에 어울리는 이야기들을 가져왔어요.

위처 3 퀘스트 디자이너: 울티마 7 따라잡기

《위처 3》 퀘스트 디자이너 중 한 명인 패트릭 밀스가 6월 초 RPG사이트 인터뷰에서 재밌는 이야기를 했어요. 밀스는 《위처 3》가 시리즈 중 최초로 오픈 월드를 구현하게 된 것, 그리고 최근 RPG 장르 전반의 오픈 월드 도입 경향이 현재의 기술로 과거를 따라잡는 것이라고 생각한대요.

《위처 3》는 개발 팀이 진짜 오픈 월드를 만든 첫 게임이다. 잘 됐다고 생각하는가. 그리고 오픈 월드 환경으로의 이동이 RPG 장르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가?

패트릭 밀스: 잠깐만 뒤를 돌아보라고 하고 싶다. 왜냐면 우리가 이렇게 오픈 월드를 만드는 건 어떤 면에서 기술과 디자인이 과거를 따라잡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위처 3》의 모델은 언제나 《울티마 7》이었다. 《울티마 7》을 플레이해봤는지 모르겠지만, 돌아가서 《울티마 7》을 보라. 여전히 역사상 최고의 오픈 월드 게임 중 하나다. 어디든 갈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위처 3》도 그 요소들을 어느 정도 가져왔다고 생각한다. […]

물론 《위처 3》가 《울티마 7》의 모든 특징들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분명 《울티마 7》이 가지지 못한 특징들도 가지고 있다. 어떤 면에서 우리는 과거를 따라잡고 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기술 혁신을 거치면서, 그 혁신 속에서 우리는 90년대 초중반에 있었던 어떤 것들을 잃어버렸고 이제서야 프로세서가 따라잡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지금 지닌 툴들을 가지고, 과거로 돌아가 옛날에 이루어졌던 것들을 현재 수준의 표현으로 해낼 수 있다면 아주 멋진 일일 것이다.”

이 생각이 밀스만이 아닌 CD 프로젝트 전반의 생각이라면 좋겠군요. 참고로 밀스는 미국인 개발자고 CD 프로젝트에 들어가기 전에 옵시디언에서 일했어요.

옵시디언 13주년

옵시디언은 지난 달 12일에 창립 13주년이었다고 해요. 아마 옵시디언 직원과 가족들끼리 열심히 파티를 했을 것 같아요.

CEO 퍼거스 어크하트는 트위터를 통해 그동안 지지해준 사람들에게 감사인사를 보냈어요. ‘여러분이 계속 RPG를 해준다면 계속 RPG를 만들 거라’고 덧붙이면서.

여기에 누군가 ‘RPG에서 멀어져 가는 B사들’을 예로 들며 옵시디언도 RPG에서 멀어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답글을 보내자, 퍼거스는…

“내 차갑게 식은 손에서 20면체 주사위를 빼가야 할 것”이라며 그럴 일은 없을 거라고 답했어요.

토드 하워드: 폴아웃 4 대화 시스템은 잘 안 됐다

토드 하워드가 지난 E3 게임스팟 인터뷰에서 《폴아웃 4》 대화 시스템이 의도한대로 잘 되지 않았다고 인정했어요. 《폴아웃 4》의 변화와 그 반발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나온 이야기예요.

“우리는 새로운 것들을 시도하길 좋아하고 어느 정도는 성공을 거뒀다. 《폴아웃 4》의 슈팅은 정말로 좋았다고 생각한다.

대화 쪽을 새롭게 만든 건 분명 잘 안 됐다. 우리가 그런 걸 시도한 이유가 있었다. 근사하게 상호작용하는 대화를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다른 부분들보다 성공적이지 못했다. 우리는 그런 피드백을 수용하고 장기적으로 생각한다.”

아마 대화 도중 시간이 멈추지 않고 실시간으로 진행되게 하고 주인공에게도 음성을 넣으면서 역동적인 대화를 만들고 싶었던 것 같아요. 읽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긴 선택지들 대신 네 개의 짧은 문구만 준 것도 그 영향일 것 같고요.

덧붙여 확장팩 《파 하버》에서는 더 많은 선택을 주려고 노력했던 부분들을 이야기하면서, 여러가지 의견이 도움이 된다며 계속 장기적으로 개선해나갈 거라고 해요.

조쉬 소여: 여성 캐릭터를 자르라고?

지난 15일 조쉬 소여가 다시 한 번 연발 트윗을 했어요. E3에서 공개된 젤다의 전설 신작에서 (이전에 돌던 소문과 달리) 주인공 링크를 여성으로 선택할 수 없다는 것과 관련해서 나온 이야기예요.

“한때 두드러지는 여성 주인공이 있는 IP를 가지고 작업했던 적이 있다. 나는 RPG 만드는 사람이라 적어도 플레이어 캐릭터에 남성과 여성 옵션을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 성별 선택을 구현하는 데는 비용이 들기 때문에, 어느 시점에서 양쪽 다 지원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게 됐다.

선택을 해야 하게 되자 나는 ‘좋아요. 그럼 남성 캐릭터 옵션을 빼죠’라고 했는데, 퍼블리셔 반응이 거의 만화 같았다. 두드러지는 주인공이 여성인 IP에서조차 남성 옵션을 뺀다는 건 생각도 할 수 없는 것이었다.”

아마 소여가 이야기하는 게임은 개발 취소됐던 《에일리언: 크루시블》인 것 같습니다.

크리스 아벨론에게 물어보다

《익스페디션: 콘키스타도르》의 개발사 로직 아티스트가 크리스 아벨론을 초청해 워크샵을 가졌다고 해요. 워크샵이 끝나고 아벨론에게 질문을 쏟아붓는 시간을 마련해서 녹화했어요.

꽤 개인적이고 황당한 질문들을 속사포로 받으며 당황하고 부끄러워하는 아벨론을 볼 수 있어요. 짤방 후보 가득이예요.

아케인 《프레이》 발표: 우주 정거장을 배경으로 한 1인칭 SF 액션

베데스다 컨퍼런스에서 아케인 오스틴 스튜디오의 《프레이》가 발표됐습니다. 기존 프레이 프랜차이즈의 리부트입니다.

  • 1인칭 SF 액션 게임.
  • 프레이 프랜차이즈를 바닥부터 다시, 심리적 스릴을 더해 새롭게 구축했다.
  • 플레이어는 모건 유. 윤리적으로 의문스러운 인류 개선 실험의 대상이 됐다.
  • 플레이어는 우주 정거장 탈로스 1에서 깨어나 알 수 없는 외계인들에게 쫓기며 정거장 깊숙이 감춰진 비밀을 드러내야 한다…
  • 정거장에서 찾은 도구들에 의존, 위트와 무기, 여러 능력들로 위협을 헤쳐나가 생존해야 한다.

2017년 출시될 예정입니다. 8월 퀘이크콘에서 더 많은 정보가 공개된다고 합니다.

이전에 떠돌던 ‘시스템 쇼크 정신적 계승작으로 만든다’는 소문대로 설정부터 시스템 쇼크스러운 느낌이 나는군요. 2014년 유출된 게임 개요 루머도 사실로 드러나면 좋겠네요.

추가: 베데스다 라이스브스트림 인터뷰 중 라파엘 콜란토니오 인터뷰 내용을 옮겨봤습니다.

  • 오리지널 게임의 후속작도 리메이크도 아닌 아케인이 새롭게 구상한 게임.
  • 우주 정거장은 커다란 바이오기술 기업이 만든 곳. 다양한 시설과 편의 시설이 존재.
  • 《디스아너드》 같은 미션 기반 게임이 아닌 하나의 우주 정거장이 커다랗게 이어진 공간. 이전에 갔던 공간을 다시 가거나 한다. 정거장 주변 무중력 공간을 통해 정거장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수도 있다.
  • 아케인의 다른 게임들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수단, 시뮬레이션 지향 시스템, 플레이어의 다양한 선택, 다양한 플레이스타일, 탐험과 실험 장려.
  • 우주 정거장에는 다른 사람들도 존재. 도와주거나 할 수 있다.
  • 외계인들에겐 그만의 생태와 목적이 있다. 외계인의 힘을 얻을 수도 있다.
  • 성별 선택 가능.

추가 2: 크리스 아벨론이 참여한다고 합니다!

크리스 아벨론 코덱스 인터뷰: 글쓰기, RPG 클리셰, 반 뷰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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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RPG 코덱스가 퍼거스 어크하트에 이어 크리스 아벨론 인터뷰를 올렸습니다. 퍼거스 인터뷰처럼 한두 가지 주제보다는 여러가지 화제를 물어보는데, 여기선 일단 화제 별로 추려서 정리해봤습니다.

먼저 크리스 아벨론이 최근 여러 게임들에서 했던 역할에 대한 문답들입니다.

  • 《티러니》에서 한 역할: 《티러니》에서 내가 글을 쓴 것은 없다. 내가 관여한 것은 프리프로덕션 시기가 전부고 얼마나 실제 게임에 반영될지는 나도 모르겠다.
  • 《웨이스트랜드 2》에서 한 역할: 캐릭터 대사를 쓴 건 없다. 나는 스토리 문서와 비전 문서에 기여/개정 작업을 했고, 지역 설계 문서도 많이 했는데 최종적으로 많이 구현되지는 않았다.
  • 라리안과의 작업: 라리안의 스토리 작업은 인엑자일처럼 협력적인 작업이다. 라리안에서는 옵시디언보다 더 많은 작가들이 스토리라인에 관여한다. 인엑자일과 비슷한 수준. 지금은 스토리 작업에서 캐릭터 기원 스토리 작업으로 넘어갔는데, 그게 지금 내가 하고 있는 부분이다. 나는 언데드 기원 스토리를 쓰게 됐다.

《웨이스트랜드 2》 작업에 관해선 인터뷰 뒷부분에 더 이야기가 나오는데, 아벨론은 신스의 행동 동기를 결정하는 데 논쟁을 벌였던 일화, 자신이 작업했지만 잘려나간 지역들로 정제소와 또다른 커뮤니티 관련 지역을 언급합니다.

일본 문화, 일본 RPG

인터뷰어는 《플레이스케이프: 토먼트》가 JRPG들에 영향을 받았다는 아벨론의 과거 발언을 언급하며, JRPG들의 어떤 점을 좋아하느냐, 일본 문화에 얼마나 관심이 있느냐는 질문도 했습니다.

  • 좋아하는 아니메는 몇 편 있다. 《사무라이 참프루》, 《카우보이 비밥》, 《트라이건》을 좋아한다. 《진격의 거인》은 처음에는 별로였는데 좋아한다.
  • 내가 JRPG에서 항상 좋아하는 부분이 동료 캐릭터를 충분히 알아갈 시간을 준다는 점이다. 다음 동료를 시험해보기 전에 충분한 시간을 준다. 서양 RPG들에서는 처음에 소개된 캐릭터 몇 명에 익숙해지고 나중에 새로운 캐릭터가 소개되어도 기존 동료들이 익어서 바꾸지 않게 되는 경향이 있다. 일본 RPG들은 모두가 처음에 같은 기회를 가지도록 하고 나중에 고르도록 해준다. 나는 그게 더 낫다고 생각한다.

메인 작가

최근 수년 간 아벨론이 메인으로 이끈 게임이 없는데, 인터뷰어는 언제 다시 메인 작가로 프로젝트를 이끌 수 있을지, 라리안이나 인엑자일 같은 데서 제안이 들어오면 응할 것인지 묻습니다.

  • 다시 메인 작가가 되고 싶다. 회사에 따라 달렸다. 옵시디언에서는 메인 작가가 되고 싶지 않았다. 다른 회사에서 메인 작가가 되고 싶다. 라리안의 경우 문제는 이미 스토리 구조가 자리 잡힌 상태라는 점이다. 인엑자일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조건이 맞는다면 하고 싶다.
  • 여러 회사들이 내 프로젝트를 할 수 있도록 제안을 해왔었다. 문제는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 가족 관련해 여러가지 문제가 있어서 그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어디서도 풀타임으로 일할 수 없다.

가족 문제는 아벨론이 옵시디언을 나오게 된 이유 중 하나로 이전에도 몇 번 이야기하곤 했었습니다.

하지만 메인은 아니어도 여러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고 하는군요. 어쩌면 올해 공개될 것들도 있다고 합니다.

드림 프로젝트, 글쓰기, RPG 클리셰

창작 과정에 대한 몇 가지 질문에도 답합니다.

  • 수익을 걱정하지 않는다면 어떤 게임을 만들고 싶나?: 꿈의 프로젝트를 만든다면, 말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을 것 같은데, 가족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 아마 텍스트가 많지는 않을 것이다. 시각을 통해 스토리를 전달하는 게임이 될 것 같다.
  • 플레이어의 반응이 두려워서 쓰지 않는 주제가 있나?: 플레이어들을 두려워하지는 않는다. 퍼블리셔들이다. 특정한 프랜차이즈들에 특정한 주제는 이야기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그 밖에도 내가 논쟁적일 거라고 생각한 소재를 넣으려고 하면 잘려나갔다.
  • 구상과 글쓰기 어느 쪽이 더 어렵나?: 실제 대사 쓰기, 글쓰기가 항상 가장 어렵다. 캐릭터를 구상하는 중에 대사를 한 단어도 쓰지 않으면 시간 낭비가 되는 경우가 많다. 대사를 쓰기 시작하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대사를 쓰기 시작하면 더이상 구상은 따라가지 않게 되고 캐릭터가 가고 싶은 대로 가게 된다. 그런 식으로 초기 구상과 달라지는 경우들이 있다.

RPG에서 너무 많이 사용된다고 생각하는 컨셉들을 묻자 아벨론은 여러가지를 이야기합니다.

  • ‘나는 특별하다’는 선택 받은 자 컨셉. 특히 딱히 그럴 이유가 없을 때.
  • 그리고 왠지 이 세상에서 뭔가 하고 있는 게 플레이어 뿐인 것. 플레이어가 여유롭게 움직여도 세상은 그대로 멈춰있는 건 좀 구리다고 생각한다.
  • 그리고 아주 흥미로운 캐릭터를 아주 처음부터 소개하는 것도 마음에 안 든다. 《뉴 베가스》의 써니 스마일즈와 그 개가 그렇다. 써니를 동료로 하고 싶었지만 동료로 합류할 수 없는 게 좀 이상했다. 시작 부분이 지나면 그냥 잊혀져 버린다. 동료 캐릭터를 소개하는 가장 좋은 기회 중 하나인데 왜 그렇게 됐는지 이해할 수 없다. 만약 내가 결정한다면 가능하도록 만들 것이다.
  • 그리고 작가들이 플레이어에게 모든 것을 설명하려고 하는 함정에 빠질 때가 있다. 가령 모두 무슨 생각을 하고 있고 내 장대한 계획이 어떻다고 거대한 말 덩어리로 토해내는 것. 그보다는 여러 군데 씨앗을 심어서 캐릭터들이 직접 말하지 않아도 플레이어가 논리적으로 동기와 이유를 이해하게 유도할 수 있다. 그렇게 직접적으로 설명하는 걸 볼 때마다 고개를 흔들고 울고 싶어진다.

근원에서 만드는 폴아웃

언젠가 트위터에서 폴아웃 IP를 “근원에서” 참여하고 싶다고 한 말의 의미도 묻습니다.

  • 근원에서, 프랜차이즈를 컨트롤하는 곳에서 일하고 싶다는 이야기다. 스타 워즈든 폴아웃이든 프랜차이즈에서 한 단계 떨어진 곳에서 일하면, 실제 설정을 만드는 곳에서 일하지 못하면 승인을 받는 데만 이리저리 뛰어다니면서 지친다. 만약 내가 폴아웃에 참여한다면 실제로 설정을 관리하는 곳에서 일하고 싶다.

베데스다에서 일하고 싶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는 발언이군요. o_O ‘만약 폴아웃에 참여한다’면 이라는 전제가 붙긴 하지만요.

가장 좋아하는 옵시디언 게임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 하나도 없는 것 같다. 가장 좋아하는 게임은 아마 블랙 아일에서 만든 것들이다. 빛을 보지는 못했지만 ‘반 뷰렌'(폴아웃 3) 작업이 정말 즐거웠다.

빛을 보지 못한 반 뷰렌의 컨셉들

뒤이어 아벨론은 반 뷰렌에서 시도했던 여러가지 독특한 시스템을 설명합니다.

  • 인터페이스를 일종의 미니 던전처럼 탐험할 수 있었다. 처음에 핍보이를 얻으면 제대로 모든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기본적인 프로그램들에 평범한 인터페이스가 있는데, 환경을 돌아다니면서 특정한 행동, 가령 화재 경보 울리는 방법을 발견하거나 건물에 불을 붙여 화재 경보를 울리거나 하면 핍보이에 비상구를 찾아주는 기능이 열리게 된다. 그러면 그때부터는 그 기능을 출구를 찾아주는 기능으로 활용할 수 있다. 또 화재 진압 시스템을 찾는 데도 활용할 수 있다. 로봇을 해부해서 프로그램을 훔치는 데도 사용할 수 있다. 갑자기 핍보이가 환경을 탐색할 수 있는 온갖 기능을 지닌 도구로 변한다.
  • 그리고 적대자들이 플레이어의 핍보이를 해킹해 자기들의 위치와 행선지를 감출 수도 있다. 결국에는 핍보이로 서로를 추적하려고 하는 핍보이 전쟁 같은 게 될 수도 있었다. 《뉴 베가스》 DLC 《데드 머니》에서 그런 걸 약간 시도해봤었는데, 그런 건 안 된다고 해서 잘려나갔다.

몇 번 언급된 적 있는 반 뷰렌의 라이벌 파티 컨셉도 이야기합니다. 플레이어 파티와 마찬가지로 세상을 돌아다니면서 퀘스트를 하고 지역에 영향을 미치는 적대자가 존재한다는 컨셉이었습니다.

  • 적대자 파티에게는 자기들만의 목적이 있어 어떤 목표들을 이루려고 한다. 거기에 그 파티의 각 캐릭터마다 별개로 자기만의 목적이 있고 그 파티 내부에서도 서로의 개인적 목적을 완전히 알지 못하기도 한다. 그래서 때로는 적대 파티가 어떤 지역에서 그중 한 명의 목적에 부합하는 행동을 하는데 다른 파티원들은 알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플레이어는 그 점을 이용해먹을 수 있다. 가령 “너희들 저 녀석이 너희들 위치 알려주는 쪽지 남겨둔 거 알아?”라고 하면 그쪽에선 “맙소사! 배신자였구나!” 하면서 자기들끼리 쏘는 거다.
  • 기본적으로 엄청나게 많은 스크립트를 짠 NPC 시스템이었는데, 게임의 반응성을 늘리고 세상이 움직이고 있다는 감각을 주기 위한 거였다. 플레이어가 어떤 지역에 가서 이것저것 하고 있는데, 다른 지역에서는 적대 파티가 그쪽 퀘스트를 하고 그 지역을 점령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그럼 플레이어 입장에선 움직여야 하는 셈이다. 다른 데서도 무언가 진행 중이라는 느낌, 플레이어가 아니어도 세상은 움직인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 적대자의 활동은 시간에 따라 진행되기도 하고 특정 사건이 일어나면 발동되는 것도 있었다. 때로는 플레이어가 특정한 행동을 하면 적대 파티가 대응하는 식이기도 하다. 폴아웃처럼 시간 기반도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얼마나 잘 됐을지는 모르겠지만 시도해보고 싶었다.

언젠가 이 컨셉을 다시 시험해보고 싶다고 하는군요.

아벨론이 메인 작가, 혹은 디렉터가 되어 그런 게임을 만드는 모습을 꼭 보고 싶군요 😉

트로이카의 블랙 아일 디스?: 오해, 그리고 15년 뒤의 사과

얼마 전 크리스 아벨론이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게임을 이야기하는 한 팟캐스트에 출연했습니다. 아벨론이 좋아하는 게임 (당연히) 《웨이스트랜드》 이야기를 주로 하는데, 아벨론은 자신의 경력과 업계에 관해 다른 흥미로운 이야기들도 풀어놓습니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부분은 이제 옵시디언의 CCO가 아닌 프리랜서가 되면서 일하는 게 즐거워졌다는 이야기입니다. 옵시디언 내부에서는 참여할 수 없었던 게임들에 참여하고, 옵시디언에서는 함께 일할 수 없었던 개발자들과 일하고, ‘아벨론은 작가’라는 틀에서 벗어나 할 수 있는 다른 역할들(시스템 디자인)을 할 수 있게 되서 기쁘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현재 발표된 것보다 더 많은 게임에 참여하고 있다고 언급하는군요. 그중에는 AAA 규모 게임도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번 글의 주제는 크리스 아벨론 본인이나 이 팟캐스트가 아닙니다. 아벨론의 프리랜서 라이프에 대해서는 나중에 더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의 토막 이야기 코너~소재는 이 팟캐스트로 인해 새삼 재조명된 과거 블랙 아일과 트로이카 사이의 앙금, 그리고 트로이카가 블랙 아일을 게임들 속에서 디스했던 것으로 보이는 부분들입니다.

무대는 이 팟캐스트에 대한 소식을 전한 RPG 코덱스 뉴스 쓰레드입니다. 언제나의 코덱스 쓰레드처럼 여러가지 추측과 음모론, 희망, 절망, 트롤이 펼쳐지는 와중, 누군가 ‘아벨론이 다시 옵시디언과 일할 수 있을 것 같냐’고 묻습니다. 거기에 다른 누군가 과거 블랙 아일 당시 퍼거스가 트로이카에 대해 화가 났던 점(지난 퍼거스 인터뷰에서도 언급됐죠)을 언급하며, 트로이카가 다시 옵시디언에 돌아온 것처럼 언젠가는 다시 뭉쳐서 VR 모바일 RPG 만들지 않겠냐며 농담조로 이야기합니다.

쓰레드 주제가 과거 블랙 아일과 트로이카의 갈등 이야기로 흘러가자 이 이미지가 튀어나옵니다.

bloodlines-bis-sucks

트로이카의 2004년작 《뱀파이어: 더 마스커레이드 – 블러드라인스》의 스크린샷입니다. 받침대에 “BIS SUCKS”라는 스티커가 붙어있습니다.

그동안 팬들은 BIS가 “Black Isle Studios”의 줄임말이고 이 스티커가 블랙 아일 스튜디오에 대한 디스로 들어간 거라고 해석해왔습니다. 개발 도중에 들어갔다고 하면, 트로이카 개발자들이 인터플레이에서 나온 지 5년 이상이 지났고 블랙 아일이 저물어가거나 문을 닫은 시기겠죠. 그때까지도 이런 디스를 넣을 정도면 앙금이 얼마나 깊었던 건가!

boss-tim
팀 케인 맞습니다.

하지만 쓰레드에 팀 케인 본인이 나타나 이 스티커는 블랙 아일에 대한 디스가 아니라고 해명합니다.

“그 스티커는 블랙 아일 스튜디오가 아니라 스코틀랜드 인디 밴드 BIS를 가리키는 겁니다. 참고로 제가 정말로 좋아하는 밴드에요. 《템플 오브 엘리멘탈 이블》과 《블러드라인스》가 동시에 개발될 때 그 밴드 새 앨범 Plastique Nouveau이 나왔는데, 저희 ToEE 팀원 여럿이 일하는 중에 그 앨범을 정말 많이 들었어요. 《블러드라인스》 아티스트 중 한 명이 그 앨범을 정말로 증오하게 돼서 게임에 그 스티커를 집어넣었고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채 그대로 게임이 출시된 거죠.”

절묘한 이야기군요.

그런데 뒤이어서 크리스 아벨론이 쓰레드에 나타납니다. 아벨론은 당시 블랙 아일 개발자 입장에서 트로이카 3인이 떠났던 시기에 대한 감상과 함께, 트로이카의 첫 게임 《아케이넘》에 들어갔던 블랙 아일 디스를 언급합니다.

“제 생각에 블랙 아일 스튜디오 사람들 대부분이 블랙 아일 욕일 거라고 생각했던 부분은 《아케이넘》에 나오는 대사 “검은 섬 말인가요? 아무도 거긴 가고 싶어 하지 않아요”일 겁니다. 절망의 섬 부분이었던 것 같은데요. 정말로 블랙 아일 디스였는지는 생각이 안 나지만 그렇게 해석하기 쉬웠죠. 이제 와 누가 그런 걸 신경 쓰는지 모르겠지만요. 나는 신경 안 씁니다.

그렇지만 당시 (트로이카의) 퇴사 이후에 스튜디오 내부에 꽤 불쾌한 긴장감이 있긴 있었어요.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왜 일어난 건지) 알 수 없었던 혼란도 섞여 있었고요. 《폴아웃 2》를 이끌던 사람들 모두가 갑자기 떠나버렸으니까요.

당시 상황(와, 《폴아웃》이 성공했잖아. 그럼 이 회사에서 개발자가 아닌 사람들도 모두 뛰어들어 이미 잘 가고 있는 배의 키를 잡아보면 어떨까!)을 생각해보면 누구 탓을 할 수는 없어요. 돌아가는 상황 자체가 지랄 맞았으니까. 하지만 저는 외부인 입장에서 보고 들은 거니까 그건 감안하시고요.

저는 《폴아웃 2》가 배를 이끌고 비전을 유지하던 세 사람이 사라진 데서 어려움을 겪었다고 봅니다. 뒤따라 배에서 뛰어내린 다른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요. 하지만 결국은 다른 곳에서 더 좋은 기회를 약속하는데 스튜디오가 사람들을 붙잡지 못한 거지만요.

저는 아직도 오리지널 《폴아웃 2》 표지 아트워크가 사용되지 않은 게 슬픕니다 :/”

여기에 다시 팀 케인이 글을 남깁니다.

“그 대사를 쓴 작가에게 블랙 아일을 비꼴 의도로 쓴 거냐고 물어봤는데, 그랬다고 하는군요. 퍼거스나 블랙 아일 스튜디오에 화냈던 적이 없던 사람이라 놀랐습니다.

어쨌든, 15년이나 늦었지만 이 대사에 대해 사과합니다.”

세월이 흘러 옵시디언에서 트로이카 3인방 중 두 명이 일하게 되고, 블랙 아일과 옵시디언의 아이돌 크리스 아벨론이 나가게 된 상황이 묘하군요. 양쪽 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좇아 결정한 일이고,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앞으로 만드는 게임들이 기대되니 좋은 일이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