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보관물: 블랙 아일 스튜디오

옵시디언 특집 기사들: 투어, 알파 프로토콜, 조쉬 소여, 퍼블리셔 관계, 미공개 신작? 등

지난 몇 주 동안 유로게이머를 비롯한 게이머 네트워크 매체들에서 옵시디언을 다룬 기사가 여럿 나왔습니다. 패러독스 인터랙티브가 비용을 지원해 8월 초 기자들을 옵시디언에 초대한 결과라는데요.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꽤 있어 모아봤습니다.

먼저 유로게이머가 CEO 퍼거스 어크하트와 함께 옵시디언 사무실을 둘러보는 영상입니다. 영상 자체에 딱히 흥미로운 정보는 없지만 (비밀 프로젝트 관련 사무실을 피하는 부분을 빼면. 비밀 프로젝트에 관련은 아래 좀 더.) 여러분이 사랑하거나 미워하는 게임이 만들어진 (평범한) 공간을 직접 볼 수 있습니다.

뒤이어 나온 기사들도 간략하게 정리해봤습니다.

  • 옵시디언이 2005년 왕좌의 게임 RPG 제안을 거절한 이유 (유로게이머): HBO 드라마로 유명세를 타기 전이죠. 이전 인터뷰에서도 한 번 나왔던 이야기인데, 판타지 요소가 크지 않은 데다 RPG로서 플레이어가 능동성을 발휘할 여지가 많지 않아 보여 전략 게임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당시 다른 프로젝트로 바빴던 이유도 있고요.
  • 블랙 아일 스튜디오의 마지막 날들 (US게이머): 옵시디언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블랙 아일이 무너졌던 과정을 다룬 기사입니다. PC RPG 중심인 블랙 아일이 인터플레이 경영진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발더스 게이트 3’와 ‘폴아웃 3’가 연이어 취소되고, 개발자들은 떠납니다. 브라이언 파고는 블랙 아일만 가지고 인터플레이를 계속 이어가고 싶단 생각도 했었다는군요.
  • 필라스 오브 이터니티 2 팟캐스트 인터뷰 (US게이머): 디렉터 조쉬 소여와 게임 전반을 이야기합니다. 대체로 알려진 이야기들이지만 선상 결투와 선박 커스터마이제이션, 월드 맵이 정말로 크다는 (울티마에서 사소한 비밀들을 발견하는 경험을 언급하며) 점 등 항해와 탐험 부분 이야기가 흥미롭군요.
  • 티러니 인터뷰 (RPS): 《티러니》 확장팩 디렉터 맥 맥클레인과의 인터뷰입니다.
  • 퍼거스 어크하트 인터뷰 (VG247): CEO 퍼거스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하는데 딱히 새롭거나 흥미로운 부분은 없군요. 여전히 ‘알파 프로토콜 2’ 만들고 싶다는 말도 합니다.
  • 아이소메트릭 RPG 그래픽의 재현 (RPS): 옵시디언이 필라스 오브 이터니티 시리즈와 《티러니》를 통해 2000년대의 아이소메트릭 프리렌더 그래픽을 현대에 다시 재현한 과정을 다룬 기사입니다.
  • 조쉬 소여 20년 경력 인터뷰 (US게이머): 소여의 어린 시절부터 풍부한 TRPG 경험, 블랙 아일과 미드웨이, 옵시디언을 거친 경력을 돌아보는 정말로 긴 인터뷰입니다. 이건 여유가 된다면 번역해보고 싶군요.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행운을 빌어주시길.
  • 퍼블리셔들과의 관계 (RPS): 퍼거스가 독립 개발사로서 퍼블리셔들과의 관계, 그동안 옵시디언으로서도 여러가지 실수를 해왔다는 점 등을 이야기하고 다른 독립 개발사와 퍼블리셔에게 조언도 합니다. 킥스타터로 후원자들과 교류하는 개발 과정을 거치면서 배운 교훈들 덕에 퍼블리셔와의 의사소통 방식에도 변화가 있었다는 점은 흥미롭군요.
  • 뉴 베가스 회고 팟캐스트 (US게이머): 이번에는 퍼거스 어크하트와 조쉬 소여 두 사람과 함께 《뉴 베가스》를 회고합니다. 전반적으로 새로운 내용은 없지만 퍼거스가 미공개 프로젝트(폴아웃 아님)를 위해 최근 《뉴 베가스》를 다시 플레이했다는 언급을 합니다.
  • 알파 프로토콜 개발 회고 (유로게이머): 여러 모로 험난했던 《알파 프로토콜》 개발 과정을 다룬 기사입니다. IP를 세가가 아닌 옵시디언이 소유할 계획이었다는 이야기 (하지만 당시 디즈니와 하던 RPG ‘일곱 난쟁이’가 취소되면서 자금난으로 세가 쪽에 넘겨줌), ‘알파 프로토콜 2’ 제안서도 완성했었다는 이야기가 흥미롭습니다. 1편에서 호평 받았던 반응성을 강화하는 한편 게임플레이 시스템은 전반적으로 손 보는 속편을 생각했었다는군요.

그리고 지난 일요일에는 옵시디언이 2012년경 개발하던 엑스박스 원용 액션 RPG ‘스톰랜드’를 다룬 기사가 유로게이머에 올라왔습니다. 이건 따로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이 기사 말미에서 옵시디언이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들을 열거하는데, 이미 나오거나 알려진 《필라스 오브 이터니티 2》, 《티러니》, 패스파인더 카드 게임 외에도 시작된 지 얼마 안 된 “작은 아이디어”와 “큰 무언가”가 있다고 합니다.

“작은 아이디어”라면 퍼거스가 올해 초 인터뷰에서 “20~30만명만 사줘도 돈을 벌 수 있는 수준으로 뭔가 특이한 시도들을 해볼 수도 있다”고 한 것과 관련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큰 무언가”는 프로젝트 인디애나라는 코드로 알려진 팀 케인과 레오나드 보야스키가 이끄는 언리얼 엔진 4 프로젝트겠죠. 유로게이머가 이번 주에 미공개 프로젝트 관련 기사를 낼 거라고 하니, 드디어 그 정체를 조금이라도 엿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Advertisements

《플레인스케이프: 토먼트》 인핸스드 에디션 출시

빔독의 네 번째 인피니티 엔진 리마스터 《플레인스케이프: 토먼트》 인핸스드 에디션이 오늘 출시됐습니다. 스팀GOG에서 구입할 수 있고, 가격은 21,000원/19.99달러입니다.

오리지널과 마찬가지로 정식 한국어 지원입니다.

새로운 콘텐츠와 기능을 제법 추가했던 발더스 게이트 시리즈 EE와 달리 빔독 출시작 중 가장 보수적인 리마스터인 것 같군요. 콘텐츠 추가는 거의 없고 (있는 것도 크리스 아벨론 본인에 의한 소량의 텍스트 추가 및 개정) 대부분 변경사항은 편의 기능과 고해상도 지원에 집중한 데다 그 대부분도 옵션에서 바꾸거나 끌 수 있다고 합니다. 게다가 GOG에서 구입하면 보너스로 (이전까지 GOG에서 판매해왔던) 빔독이 손대지 않은 버전도 받을 수 있습니다.

이하 스팀 페이지에 쓰인 게임 설명을 그대로 복붙했습니다.


오리지널 플레인스케이프: 토먼트는 1999년에 발매되어 많은 찬사를 받았으며, 색다른 스토리와 캐릭터, 뛰어난 사운드트랙에 힘입어 여러 매체에서 올해의 RPG 게임으로 선정되었습니다. 그 후로 수많은 플레인스케이프: 토먼트 팬들은 이름 없는 자의 눈을 통해 기이하고 위험한 도시, 시길과 그 주변의 세계를 여행했습니다.

놀랍도록 풍부한 스토리와 독특한 판타지 세계관 설정으로 50시간 이상 진행되는 이 RPG 게임에서, 기이한 존재들을 쓰러트리고 방대한 대화를 나누며 어둡고 위험한 플레인스케이프의 세상을 탐험해 보십시오.

이것이 바로 당신이 본 적 없는 플레인스케이프: 토먼트입니다.”

이야기

“무엇이 인간의 본성을 바꿀 수 있는가?”” 당신은 수많은 삶을 살며 온몸에 문신과 흉터를 남긴 ‘이름 없는 자’입니다. 과거의 삶은 어느 것 하나 기억나지 않지만, 그 과거는 이제 돌아와 당신을 괴롭히고 있습니다. 당신은 떠다니는 해골이자 비밀의 수호자인 모드에 의해 깨어나, 시길의 더러운 거리로부터 이름 없는 자를 이끌고 베일에 싸인 외계와 지옥 깊숙한 곳까지 여정을 떠나야 합니다.

시길의 곳곳에는 차원문이 존재해 당신을 어디로든 인도하지만, 그 차원문을 사용하려면 적절한 열쇠가 필요합니다. “”문의 도시””라고 알려진 시길은 도시의 지배자인 고통의 여제가 감시하는 곳으로, 악마와 데바, 그리고 수많은 우주의 종족들이 공존하는 중립 지대입니다. 이곳은 말이 칼보다 강하고 생각이 현실을 정의하며, 믿음이 세상을 다시 빚을 수 있는 곳입니다.

답을 찾아 헤매는 당신은 입맞춤으로 상대를 죽일 수 있는 순결한 서큐버스, 석궁을 사용하며 혼란에 빠진 큐브, 정의를 요구하는 영혼이 조종하는 갑옷 등, 각 차원의 특이한 성질에 맞는 동료들을 만나게 됩니다. 이들을 비롯한 여러 존재와 이름 없는 자는 답을 찾아 여행하며, 벗어날 수 없는 운명과 불멸의 존재조차 감당할 수 없는 기억을 마주하게 됩니다.

풍모

  • 개선된 플레인스케이프: 플레인스케이프 토먼트의 수석 디자이너인 Chris Avellone이 Beamdog과 함께 게임 플레이 업데이트, 버그 수정을 비롯해, 게임이 원래 의도하는 바를 전하기 위해 다양한 개선 작업을 담당합니다.
  • 다양한 세상이 기다린다: 플레인스케이프는 기이한 마법과 독특한 적들, 여러 우주의 던전 앤 드래곤 장소들이 어우러져, 당신이 한 번도 본 적 없었던 세계를 연출합니다.
  • 기억에 각인되는 대화들: 여러 세상을 여행하며 매력적인 존재들, 철학적인 언데드, 다중인격을 가진 쥐 등, 기존의 RPG에서 보지 못한 이상한 동료들을 만나보십시오.
  • 당신의 길을 선택하라: 캐릭터 만들기는 시작에 불과합니다. 이름 없는 자는 직업과 능력을 바꿀 수 있으며, 선택에 따라 새로운 능력도 가질 수 있습니다.
  • 리마스터된 음악: 플레인스케이프: 토먼트의 모든 사운드트랙이 리마스터되어, 시길과 다우주의 세계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 줍니다.
  • 4K 인터페이스: 시길이 그 어느 때보다 멋진 모습으로 거듭납니다! 플레인스케이프: 토먼트의 인터페이스가 수많은 편의 기능과 고해상도 그래픽으로 새롭게 태어났습니다.
  • 현 세대에 맞는 플레인스케이프: 인핸스드 에디션에는 탭 강조 표시, 지역 확대, 전투 로그, 빠른 전리품 획득 등 현 세대에 맞는 기능들이 다양하게 추가됩니다!
  • 나만의 방식으로 진행: 인핸스드 에디션의 기능을 취향에 맞게 사용하거나, 기능을 모두 해제하여 과거의 플레인스케이프: 토먼트를 그 느낌 그대로 즐겨보십시오.
  • 언어 지원: 플레인스케이프: 토먼트: 인핸스드 에디션은 영어, 프랑스어, 폴란드어, 독일어, 한국어를 지원합니다. 참고: 한국어 번역은 텍스트만 제공되며 음성은 영어로 출력됩니다.

《플레인스케이프: 토먼트》 인핸스드 에디션 4월 12일 출시, 정식 한국어 지원

빔독이 《플레인스케이프: 토먼트》 인핸스드 에디션을 정식으로 발표했습니다. (공식 웹사이트) 4월 11일(한국시간 12일)에 출시되고 오리지널과 마찬가지로 정식 한국어 지원입니다.

GOG빔독 자체 스토어에서 예약판매도 시작됐습니다. 가격은 19.99달러고 GOG에서 오리지널을 소유하고 있다면 4월 4일까지 30% 할인가로 구매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EE 출시 후 오리지널은 GOG에서 판매 중단된다고 하는군요.) 스팀 페이지도 열렸지만 예약판매는 하지 않는군요.

이번 인핸스드 에디션은 오리지널의 작가 크리스 아벨론이 개선과 수정 요소 전반을 감수했습니다. 아벨론이 자청해서 텍스트 전반을 재검토하면서 오류를 수정하고 일부 새로운 저널 항목과 특수 능력 설명을 추가했다고 하는군요.

그밖에 추가, 수정되는 사항을 간추려보면…

  • 4K 해상도 지원, 기존 미학을 유지하면서 고해상도로 재창조한 UI, 줌아웃 가능
  • 무손실 음원을 확보해 리마스터링한 사운드트랙
  • 저널 내용 검색, 글자 크기 조정 옵션, 게임 안에서 언어 설정 변경 가능, 툴팁 가독성 증가, 프레임레이트 조정 옵션, 스프라이트 외곽선 표시 옵션, 읽지 않은 저널 항목 하이라이트 등
  • 전투 로그, 퀵루트, 오브젝트 하이라이트, 자동정지 옵션 추가, 크리처 체력 표시 옵션, 걸을 수 있는 영역 표시 옵션, 휴식 시 체력 회복 옵션, 레벨 업시 체력 최대로 회복 옵션
  • 스팀 기능: 스팀 도전과제, 클라우드 세이브, 트레이딩 카드 지원

그밖에 게임플레이와 스토리는 어떤 부분에서도 추가되거나 수정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크리스 아벨론 인터뷰: 지망생 시절부터 블랙 아일, 옵시디언, 그리고 현재의 프리랜서 시기까지

chris-avellone-t게임즈TM이 크리스 아벨론의 20년 넘는 경력을 조명하는 인터뷰를 실었습니다.

첫 컴퓨터 게임 경험부터 TRPG 디자이너 지망생 시절, 인터플레이/블랙 아일, 옵시디언, 그리고 현재의 프리랜서 시기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재밌는 일화들, 아벨론의 생각들이 한국어 매체나 블로그에서는 별로 다뤄진 적이 없는 것 같고, 개략적이지만 전반적으로 아벨론의 프로필을 알아볼 수 있는 인터뷰라서 오랜만에 번역해봤습니다. 크리스 아벨론 개론 2016년판이라고 해도 되겠군요.

특히 이 인터뷰에서는 아벨론이 인터플레이/블랙 아일과 옵시디언의 경영진에 대해 품고 있는 생각과 후회, 지금의 프리랜서 생활을 즐거워 하는 이유가 여실히 드러납니다. (수동 공격?)

=====

첫 비디오게임 경험은 뭐였나?

TRS-80(4K)용 《헌티드 하우스》. 거짓과 기만이 가득한 텍스트 어드벤처 게임이었고 오늘날까지도 플레이한 것을 후회하고 있다. 마지막에서 두 번째 레벨까지 갔는데 무슨 동사나 명사 조합을 해도 이길 수가 없었다. 게다가 내가 영원히 마법의 검에 관심 가지지 않게 된 계기가 됐다.

경력에서 스토리텔링과 문학 쪽 배경이 강한데 학교에서 배웠나?

나는 토마스 제퍼슨 과학고등학교에 갔는데, 덕분에 내가 똑똑하다는 생각을 절대 할 수 없게 됐다. 나는 거기서 하위 10%였고 똑똑한 애들에게 집단으로 얻어맞는 기분이었다. 주먹 말고 성적으로 얻어맞는 거라 덜 아팠지만 더 오래 아프더라. 졸업 후에는 대체로 빈둥거리면서 돈 마련하려고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남는 시간 대부분은 출판사들에 보내는 TRPG 모듈을 썼다.

D&D의 팬이었나?

처음에는 그랬다. 처음으로 한 캠페인(당시에는 기본이었던 ‘더 킵 온 더 보더랜드’를 제외하고)이 ‘어게인스트 컬트 오브 더 렙타일 갓’과 거대한 모듈인 ‘템플 오브 엘리멘탈 이블’이었다. ToEE는 결판이 나지 않고 몇 년을 가다가 파티가 엘리멘탈 노드 중 하나로 사라져버리고 나서 우리 모두 이게 가장 똥 같은 캠페인이라고 결론 내리게 됐다. 그 후로 D&D는 제쳐두고 ‘슈퍼월드’, ‘챔피언스’, ‘워해머: 판타지 롤 플레이’로 욕구를 채웠다. 하지만 D&D는 상호작용하는 스토리를 가능하게 해줬다는 점과 규칙이 있는 가장 놀이였다는 점에서 큰 영감을 줬다.

그러다 어떻게 비디오게임 업계로 가게 됐나?

히어로 게임즈의 내 편집자가 인터플레이의 D&D 부서인 드래곤플레이에 면접을 잡아줄 때 추천 보너스로 300달러어치 소프트웨어와 트레이드됐다. 처음으로 (마지막도 아니고) 매춘부가 된 기분이었고 정말 비참했다. 하지만 내가 사랑하는 프랜차이즈의 게임들을 만들 수 있어서 그나마 밤에 잠 자는 데 도움은 됐다.

내러티브 외에 게임 디자인과 코딩에도 관심이 있었나?

게임 마스터링과 관련된 건 뭐든지 하고 싶었다. 내러티브 이외 분야는 대체로 다른 사람들이 맡았기 때문에 다른 분야를 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아마 그게 잘된 일이겠지만 적어도 다른 걸 시도해볼 기회라도 있었으면 좋았을 거다. 한 때 BASIC 코딩을 했던 적은 있지만 썩 잘하진 않았다.

인터플레이에서 처음으로 작업한 큰 게임은 뭐였나?

《디센트 투 언더마운틴》. 타이틀을 만들 때 역할과 책임의 정립, 위에 있는 사람들의 지원이 중요함에 대해 많은 걸 배웠다. 그리고 《폴아웃 2》에 참여했는데, 안타깝게도 1편(내가 해본 최고의, 가장 혁신적인 RPG라고 생각한다) 같은 리더십이나 디자인 감독을 받지 못한 프로젝트였다. 버그들과 함께 그런 부분에서 폴아웃 세계가 어려움을 겪었다고 본다. 준비되기도 전에 출시하라는 압박이 컸다. 《폴아웃 2》를 사랑하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프로젝트 관리가 더 잘 됐다면 좋았을 거다.

아마 이 시기에 당신이 참여한 게임 중 가장 많은 사람을 받는 것들이 인피니티 엔진 게임들일 거다.

그 엔진에 대한 찬사는 바이오웨어가 받아야 한다. 나는 그 엔진이 없었다면 블랙 아일은 그 게임들 대부분을 만들지 못했을 거라고 이야기한다. 실제로도 여러 차례 증명됐다. 엔진 만들기는 어려운 일이고 바이오웨어는 좋은 엔진을 만들었다.

발더스 게이트와 아이스윈드 데일에 참여하는 한편 가장 큰 역할을 한 게임은 《플레인스케이프: 토먼트》였다.

예쁜 이야기는 아니다. 인터플레이는 플레인스케이프 라이선스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걸로 뭘 할지 몰랐다. 플레이스테이션 게임을 만들려고 했지만 잘 되지 않았고, 결국에 하게 된 게 ‘이 라이선스랑, 인피니티 엔진이랑, 보통 이 엔진으로 게임 만들 때보다 절반의 인원을 가지고 게임을 만든다. 시작!’이었다. 그런데 나는 그게 좋았다. 제작이 시작되기 한참 전에 스토리를 쓰고 다듬을 수 있었다. 작고 열정적인 팀이 있었다. 사람들이 그 테마와 방향성에 좋은 반응을 줘서 기뻤다. 반응이 안 좋을까봐, 그래서 일자리를 잃을까 무서웠었다.

《발더스 게이트: 다크 얼라이언스》는 당신이 전까지 맡았던 것들과 다른 액션 지향의 콘솔 게임이었다. 어떤 역할을 했나?

나는 스토리를 했다. 스노우블라인드가 개발한 기술은 자랑스럽지만 내 상사들이 이리저리 밀고 당겼던 스토리는 자랑스럽지 않다. 상사들이 하는 스토리 제안들이 점점 많아져서는 스토리를 일찍 작업하는 게 오히려 일종의 형벌이 된다는 걸 깨닫게 될 정도였다. 가장 난해한 제안들의 타겟이 됐기 때문이다. 어쨌든 원래 계획한 스토리와 규모는 빛을 보지 못했고, 다른 무엇보다 먼저 완성했던 스토리가 아이러니하게도 최종적으로는 빈약하고 서두른 모양새가 됐다. 근본적인 게임플레이가 부족한 스토리를 만회해줄 수 있어서 기뻤다.  내 한계를 인정하고 나는 콘솔 액션 RPG의 리드 디자이너에 맞지 않는다고 깨닫고 나서 후속작으로는 데이비드 말도나도를 추천했다.

인터플레이가 어떻게 잘못 되기 시작했다고 보는가?

인터플레이의 마지막 5년은 별로 좋은 모습이 아니었다. 콘솔의 폭발적 성장을 놓쳐서 따라잡으려고 했었고, 블랙 아일은 자기만의 엔진을 만들지 못하면서 확실히 타격을 받았다. 리스테크 같은 엔진을 활용하려는 시도도 제대로 되지 않아 ‘톤’을 비롯한 여러 타이틀이 취소됐다. 몇 년이 낭비됐고 계속 그런 일이 일어나면서 사기에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보면 아이스윈드 데일 시리즈가 매출을 냈지만 바이오웨어 이후로는 달리 새로운 성공을 보지 못했다. 그리고 아윈데 시리즈는 짧고 재미있는 프로젝트긴 했어도 RPG 장르의 발전에는 별 역할을 못 했다. 간신히 물에 떠있는, 아니 그보다는 천천히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유쾌한 시기는 아니었다.

‘발더스 게이트 3’와 ‘반 뷰렌'(폴아웃 3)이 취소되면서 상황은 더 심각해졌고 전자의 취소 이후에 당신은 인터플레이를 떠났다. 무슨 일이 있었나?

내가 있던 동안에 반 뷰렌은 종이 프로토타입(지역과 시스템, 스토리 부분에서 상당히 진행됐다) 이상으로 별로 나아가지 못했다. 팀원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나조차도 계속 《라이온하트》 쪽으로 끌려갔는데 블랙 아일은 거기서 내가 무슨 역할을 할지 제대로 정하지도 못했다. 그 쪽에서 나오고 겨우 반 뷰렌을 작업할 수 있게 됐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발더스 게이트 3의 프리프로덕션 작업으로 끌려갔다. 별로 즐거운 작업은 아니었다. 발더스 게이트 3가 취소되고 나서 나는 인터플레이를 떠났고 그 시점 이후로 진행된 반 뷰렌 작업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하지만 내가 한 디자인 작업은 언젠가 써먹을 때를 대비해 고이 간직했다. 그 시점에 나는 개발자들이 아무리 열심히 작업해도 한 순간에 모두 날아갈 수도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깨달았다.

그렇게, 비록 반 뷰렌을 사랑했지만 폴아웃을 인터플레이에 맡겨두고 떠났다. 그리고 잠시 동안 스노우블라인드와 다시 함께 일하면서 《챔피언스 오브 노라스》의 스크립트 닥터를 맡았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1년이 안 돼서 반 뷰렌이 취소됐다. 후회가 됐지만 내 잘못도 다른 개발자들 잘못도 아니란 걸 알고 있었다. 다른 유일한 후회라면 스노우블라인드와 잠깐 프리랜서로 일했을 때 계속 프리랜서 활동을 하는 게 훨씬 더 나은 길이었음을 깨달아야 했다는 점이다.

그리고나서 전 블랙 아일 직원들과 옵시디언을 공동으로 창립했다. 가장 처음 만든 게임들이 뭐였나?

《구공화국의 기사단 2》의 리드 디자이너였고 《네버윈터 나이츠 2》의 거의 모든 동료를 썼다. 상당히 가혹한 죽음의 행진이었다. 나는 별로 스타 워즈 팬도 아니었다. 하지만 구공기와 그 세계의 팬이 됐고 ‘현대’ 스타 워즈 세계가 아닌 곳을 탐색하는 기회를 즐기게 됐다. 그리고 스타 워즈 단편 각본 몇 개를 쓸 기회도 얻게 됐고 특히 스타 워즈: 클론 워즈 어드벤처 단편 만화들도 쓰게 됐다. 처음으로 만화를 작업해본 거였는데 내 편집자였던 다크 호스의 데이브 마셜이 자기 시간을 아주 관대하게 내줬고 많은 인내를 보여줬다. 영원히 감사한다.

옵시디언의 가장 유명한 게임은 《폴아웃: 뉴 베가스》일 것 같다.

다시 폴아웃 세계로 돌아가서 인터플레이 당시 몇 년 동안 디자인했던 반 뷰렌의 요소들(장소, 세력, 기술, 심지어 나이트킨의 정신병까지)을 쓸 수 있어서 수 있어 좋았다. 정말 즐겁게 만들었다. 특히 DLC들.

작년에 옵시디언을 떠났다. 이유가 뭔가?

나는 스벤(빈케, 라리안 스튜디오 CEO)이 좋다. 《디비니티: 오리지널 씬 2》의 파티 관계 시스템이 마음에 든다. 그 게임의 던전 탐험도, 그 작가들도 마음에 든다. 관리자들의 지지와 신뢰를 원하게 되었을 때, 라리안이 줬다. 디자인 요소들을 제안하면 들어준다는 점이 묘한 기분이었다. 꼭 모든 것에 동의하지는 않더라도 그 사람들은 들어준다. 내겐 그걸로 충분했다. 지금 나는 《디비니티: 오리지널 씬 2》에 참여하고 있고 다른 것들은 아직 말할 수 없다. 곧 공개할 수 있길 바란다.

개인적으로 최고의 순간들은?

《사우스 파크》에서 처음으로 프로듀서를 맡아봤을 때, 애니메이션 컷씬 공정을 고치면서 온 그 만족감. 그리고 《플레인스케이프: 토먼트》가 출시되고 오래 지나서도, 오늘날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우리가 만든 게임을 즐겨주고 자기들 게임을 만드는 데 영감을 줬다고 할 때.

세월을 거치며 게임 디자이너의 역할은 어떻게 변해왔나?

더 전문화됐다. 내가 업계에 들어왔을 때는 게임 디자이너라는 것도 없었는데 이제는 시스템, 레벨, 내러티브 등 다양한 디자이너들이 있고 모두 계층으로 조직화되어 있다.

게임 디자이너가 되고 싶은 사람에게 어떤 조언을 줄 수 있나?

지금 당장 모드나 게임을 만든다고 막지 않는다. 만들어라. 공개된 게임 엔진들과 디지털 배급의 세상에서 자기 자신의 의욕을 제외하면 더 이상 별다른 장애물은 없다. 그러니까 가능성에 머무르지 말고 진짜가 돼라. 누구든 RPG 관련해 더 구체적인 조언이 필요하다면 가능한 부분은 언제든 도와주고 싶다. 내 트위터로 말 걸어주면 할 수 있는 만큼 도와주겠다.

=====

혹시 그동안 영어로 나온 여러가지 크리스 아벨론 인터뷰 등을 챙겨 읽은 분이라면 익숙한 이야기들일 거고, 여기서는 좀 많이 개략적으로 다루어졌다고 생각하는 부분도 있을 겁니다. 특히 아벨론이 트위터에서 하는 수동 공격 수위는…

어쨌든 자유의 몸이 된 아벨론의 앞으로의 행보, 그리고 언젠가 언급한 자기만의 팀을 꾸리게 될 때를 기대하고 싶군요.

트로이카의 블랙 아일 디스?: 오해, 그리고 15년 뒤의 사과

얼마 전 크리스 아벨론이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게임을 이야기하는 한 팟캐스트에 출연했습니다. 아벨론이 좋아하는 게임 (당연히) 《웨이스트랜드》 이야기를 주로 하는데, 아벨론은 자신의 경력과 업계에 관해 다른 흥미로운 이야기들도 풀어놓습니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부분은 이제 옵시디언의 CCO가 아닌 프리랜서가 되면서 일하는 게 즐거워졌다는 이야기입니다. 옵시디언 내부에서는 참여할 수 없었던 게임들에 참여하고, 옵시디언에서는 함께 일할 수 없었던 개발자들과 일하고, ‘아벨론은 작가’라는 틀에서 벗어나 할 수 있는 다른 역할들(시스템 디자인)을 할 수 있게 되서 기쁘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현재 발표된 것보다 더 많은 게임에 참여하고 있다고 언급하는군요. 그중에는 AAA 규모 게임도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번 글의 주제는 크리스 아벨론 본인이나 이 팟캐스트가 아닙니다. 아벨론의 프리랜서 라이프에 대해서는 나중에 더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의 토막 이야기 코너~소재는 이 팟캐스트로 인해 새삼 재조명된 과거 블랙 아일과 트로이카 사이의 앙금, 그리고 트로이카가 블랙 아일을 게임들 속에서 디스했던 것으로 보이는 부분들입니다.

무대는 이 팟캐스트에 대한 소식을 전한 RPG 코덱스 뉴스 쓰레드입니다. 언제나의 코덱스 쓰레드처럼 여러가지 추측과 음모론, 희망, 절망, 트롤이 펼쳐지는 와중, 누군가 ‘아벨론이 다시 옵시디언과 일할 수 있을 것 같냐’고 묻습니다. 거기에 다른 누군가 과거 블랙 아일 당시 퍼거스가 트로이카에 대해 화가 났던 점(지난 퍼거스 인터뷰에서도 언급됐죠)을 언급하며, 트로이카가 다시 옵시디언에 돌아온 것처럼 언젠가는 다시 뭉쳐서 VR 모바일 RPG 만들지 않겠냐며 농담조로 이야기합니다.

쓰레드 주제가 과거 블랙 아일과 트로이카의 갈등 이야기로 흘러가자 이 이미지가 튀어나옵니다.

bloodlines-bis-sucks

트로이카의 2004년작 《뱀파이어: 더 마스커레이드 – 블러드라인스》의 스크린샷입니다. 받침대에 “BIS SUCKS”라는 스티커가 붙어있습니다.

그동안 팬들은 BIS가 “Black Isle Studios”의 줄임말이고 이 스티커가 블랙 아일 스튜디오에 대한 디스로 들어간 거라고 해석해왔습니다. 개발 도중에 들어갔다고 하면, 트로이카 개발자들이 인터플레이에서 나온 지 5년 이상이 지났고 블랙 아일이 저물어가거나 문을 닫은 시기겠죠. 그때까지도 이런 디스를 넣을 정도면 앙금이 얼마나 깊었던 건가!

boss-tim
팀 케인 맞습니다.

하지만 쓰레드에 팀 케인 본인이 나타나 이 스티커는 블랙 아일에 대한 디스가 아니라고 해명합니다.

“그 스티커는 블랙 아일 스튜디오가 아니라 스코틀랜드 인디 밴드 BIS를 가리키는 겁니다. 참고로 제가 정말로 좋아하는 밴드에요. 《템플 오브 엘리멘탈 이블》과 《블러드라인스》가 동시에 개발될 때 그 밴드 새 앨범 Plastique Nouveau이 나왔는데, 저희 ToEE 팀원 여럿이 일하는 중에 그 앨범을 정말 많이 들었어요. 《블러드라인스》 아티스트 중 한 명이 그 앨범을 정말로 증오하게 돼서 게임에 그 스티커를 집어넣었고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채 그대로 게임이 출시된 거죠.”

절묘한 이야기군요.

그런데 뒤이어서 크리스 아벨론이 쓰레드에 나타납니다. 아벨론은 당시 블랙 아일 개발자 입장에서 트로이카 3인이 떠났던 시기에 대한 감상과 함께, 트로이카의 첫 게임 《아케이넘》에 들어갔던 블랙 아일 디스를 언급합니다.

“제 생각에 블랙 아일 스튜디오 사람들 대부분이 블랙 아일 욕일 거라고 생각했던 부분은 《아케이넘》에 나오는 대사 “검은 섬 말인가요? 아무도 거긴 가고 싶어 하지 않아요”일 겁니다. 절망의 섬 부분이었던 것 같은데요. 정말로 블랙 아일 디스였는지는 생각이 안 나지만 그렇게 해석하기 쉬웠죠. 이제 와 누가 그런 걸 신경 쓰는지 모르겠지만요. 나는 신경 안 씁니다.

그렇지만 당시 (트로이카의) 퇴사 이후에 스튜디오 내부에 꽤 불쾌한 긴장감이 있긴 있었어요.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왜 일어난 건지) 알 수 없었던 혼란도 섞여 있었고요. 《폴아웃 2》를 이끌던 사람들 모두가 갑자기 떠나버렸으니까요.

당시 상황(와, 《폴아웃》이 성공했잖아. 그럼 이 회사에서 개발자가 아닌 사람들도 모두 뛰어들어 이미 잘 가고 있는 배의 키를 잡아보면 어떨까!)을 생각해보면 누구 탓을 할 수는 없어요. 돌아가는 상황 자체가 지랄 맞았으니까. 하지만 저는 외부인 입장에서 보고 들은 거니까 그건 감안하시고요.

저는 《폴아웃 2》가 배를 이끌고 비전을 유지하던 세 사람이 사라진 데서 어려움을 겪었다고 봅니다. 뒤따라 배에서 뛰어내린 다른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요. 하지만 결국은 다른 곳에서 더 좋은 기회를 약속하는데 스튜디오가 사람들을 붙잡지 못한 거지만요.

저는 아직도 오리지널 《폴아웃 2》 표지 아트워크가 사용되지 않은 게 슬픕니다 :/”

여기에 다시 팀 케인이 글을 남깁니다.

“그 대사를 쓴 작가에게 블랙 아일을 비꼴 의도로 쓴 거냐고 물어봤는데, 그랬다고 하는군요. 퍼거스나 블랙 아일 스튜디오에 화냈던 적이 없던 사람이라 놀랐습니다.

어쨌든, 15년이나 늦었지만 이 대사에 대해 사과합니다.”

세월이 흘러 옵시디언에서 트로이카 3인방 중 두 명이 일하게 되고, 블랙 아일과 옵시디언의 아이돌 크리스 아벨론이 나가게 된 상황이 묘하군요. 양쪽 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좇아 결정한 일이고,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앞으로 만드는 게임들이 기대되니 좋은 일이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