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 아벨론 코덱스 인터뷰: 글쓰기, RPG 클리셰, 반 뷰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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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RPG 코덱스가 퍼거스 어크하트에 이어 크리스 아벨론 인터뷰를 올렸습니다. 퍼거스 인터뷰처럼 한두 가지 주제보다는 여러가지 화제를 물어보는데, 여기선 일단 화제 별로 추려서 정리해봤습니다.

먼저 크리스 아벨론이 최근 여러 게임들에서 했던 역할에 대한 문답들입니다.

  • 《티러니》에서 한 역할: 《티러니》에서 내가 글을 쓴 것은 없다. 내가 관여한 것은 프리프로덕션 시기가 전부고 얼마나 실제 게임에 반영될지는 나도 모르겠다.
  • 《웨이스트랜드 2》에서 한 역할: 캐릭터 대사를 쓴 건 없다. 나는 스토리 문서와 비전 문서에 기여/개정 작업을 했고, 지역 설계 문서도 많이 했는데 최종적으로 많이 구현되지는 않았다.
  • 라리안과의 작업: 라리안의 스토리 작업은 인엑자일처럼 협력적인 작업이다. 라리안에서는 옵시디언보다 더 많은 작가들이 스토리라인에 관여한다. 인엑자일과 비슷한 수준. 지금은 스토리 작업에서 캐릭터 기원 스토리 작업으로 넘어갔는데, 그게 지금 내가 하고 있는 부분이다. 나는 언데드 기원 스토리를 쓰게 됐다.

《웨이스트랜드 2》 작업에 관해선 인터뷰 뒷부분에 더 이야기가 나오는데, 아벨론은 신스의 행동 동기를 결정하는 데 논쟁을 벌였던 일화, 자신이 작업했지만 잘려나간 지역들로 정제소와 또다른 커뮤니티 관련 지역을 언급합니다.

일본 문화, 일본 RPG

인터뷰어는 《플레이스케이프: 토먼트》가 JRPG들에 영향을 받았다는 아벨론의 과거 발언을 언급하며, JRPG들의 어떤 점을 좋아하느냐, 일본 문화에 얼마나 관심이 있느냐는 질문도 했습니다.

  • 좋아하는 아니메는 몇 편 있다. 《사무라이 참프루》, 《카우보이 비밥》, 《트라이건》을 좋아한다. 《진격의 거인》은 처음에는 별로였는데 좋아한다.
  • 내가 JRPG에서 항상 좋아하는 부분이 동료 캐릭터를 충분히 알아갈 시간을 준다는 점이다. 다음 동료를 시험해보기 전에 충분한 시간을 준다. 서양 RPG들에서는 처음에 소개된 캐릭터 몇 명에 익숙해지고 나중에 새로운 캐릭터가 소개되어도 기존 동료들이 익어서 바꾸지 않게 되는 경향이 있다. 일본 RPG들은 모두가 처음에 같은 기회를 가지도록 하고 나중에 고르도록 해준다. 나는 그게 더 낫다고 생각한다.

메인 작가

최근 수년 간 아벨론이 메인으로 이끈 게임이 없는데, 인터뷰어는 언제 다시 메인 작가로 프로젝트를 이끌 수 있을지, 라리안이나 인엑자일 같은 데서 제안이 들어오면 응할 것인지 묻습니다.

  • 다시 메인 작가가 되고 싶다. 회사에 따라 달렸다. 옵시디언에서는 메인 작가가 되고 싶지 않았다. 다른 회사에서 메인 작가가 되고 싶다. 라리안의 경우 문제는 이미 스토리 구조가 자리 잡힌 상태라는 점이다. 인엑자일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조건이 맞는다면 하고 싶다.
  • 여러 회사들이 내 프로젝트를 할 수 있도록 제안을 해왔었다. 문제는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 가족 관련해 여러가지 문제가 있어서 그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어디서도 풀타임으로 일할 수 없다.

가족 문제는 아벨론이 옵시디언을 나오게 된 이유 중 하나로 이전에도 몇 번 이야기하곤 했었습니다.

하지만 메인은 아니어도 여러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고 하는군요. 어쩌면 올해 공개될 것들도 있다고 합니다.

드림 프로젝트, 글쓰기, RPG 클리셰

창작 과정에 대한 몇 가지 질문에도 답합니다.

  • 수익을 걱정하지 않는다면 어떤 게임을 만들고 싶나?: 꿈의 프로젝트를 만든다면, 말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을 것 같은데, 가족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 아마 텍스트가 많지는 않을 것이다. 시각을 통해 스토리를 전달하는 게임이 될 것 같다.
  • 플레이어의 반응이 두려워서 쓰지 않는 주제가 있나?: 플레이어들을 두려워하지는 않는다. 퍼블리셔들이다. 특정한 프랜차이즈들에 특정한 주제는 이야기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그 밖에도 내가 논쟁적일 거라고 생각한 소재를 넣으려고 하면 잘려나갔다.
  • 구상과 글쓰기 어느 쪽이 더 어렵나?: 실제 대사 쓰기, 글쓰기가 항상 가장 어렵다. 캐릭터를 구상하는 중에 대사를 한 단어도 쓰지 않으면 시간 낭비가 되는 경우가 많다. 대사를 쓰기 시작하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대사를 쓰기 시작하면 더이상 구상은 따라가지 않게 되고 캐릭터가 가고 싶은 대로 가게 된다. 그런 식으로 초기 구상과 달라지는 경우들이 있다.

RPG에서 너무 많이 사용된다고 생각하는 컨셉들을 묻자 아벨론은 여러가지를 이야기합니다.

  • ‘나는 특별하다’는 선택 받은 자 컨셉. 특히 딱히 그럴 이유가 없을 때.
  • 그리고 왠지 이 세상에서 뭔가 하고 있는 게 플레이어 뿐인 것. 플레이어가 여유롭게 움직여도 세상은 그대로 멈춰있는 건 좀 구리다고 생각한다.
  • 그리고 아주 흥미로운 캐릭터를 아주 처음부터 소개하는 것도 마음에 안 든다. 《뉴 베가스》의 써니 스마일즈와 그 개가 그렇다. 써니를 동료로 하고 싶었지만 동료로 합류할 수 없는 게 좀 이상했다. 시작 부분이 지나면 그냥 잊혀져 버린다. 동료 캐릭터를 소개하는 가장 좋은 기회 중 하나인데 왜 그렇게 됐는지 이해할 수 없다. 만약 내가 결정한다면 가능하도록 만들 것이다.
  • 그리고 작가들이 플레이어에게 모든 것을 설명하려고 하는 함정에 빠질 때가 있다. 가령 모두 무슨 생각을 하고 있고 내 장대한 계획이 어떻다고 거대한 말 덩어리로 토해내는 것. 그보다는 여러 군데 씨앗을 심어서 캐릭터들이 직접 말하지 않아도 플레이어가 논리적으로 동기와 이유를 이해하게 유도할 수 있다. 그렇게 직접적으로 설명하는 걸 볼 때마다 고개를 흔들고 울고 싶어진다.

근원에서 만드는 폴아웃

언젠가 트위터에서 폴아웃 IP를 “근원에서” 참여하고 싶다고 한 말의 의미도 묻습니다.

  • 근원에서, 프랜차이즈를 컨트롤하는 곳에서 일하고 싶다는 이야기다. 스타 워즈든 폴아웃이든 프랜차이즈에서 한 단계 떨어진 곳에서 일하면, 실제 설정을 만드는 곳에서 일하지 못하면 승인을 받는 데만 이리저리 뛰어다니면서 지친다. 만약 내가 폴아웃에 참여한다면 실제로 설정을 관리하는 곳에서 일하고 싶다.

베데스다에서 일하고 싶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는 발언이군요.o_O ‘만약 폴아웃에 참여한다’면 이라는 전제가 붙긴 하지만요.

가장 좋아하는 옵시디언 게임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 하나도 없는 것 같다. 가장 좋아하는 게임은 아마 블랙 아일에서 만든 것들이다. 빛을 보지는 못했지만 ‘반 뷰렌'(폴아웃 3) 작업이 정말 즐거웠다.

빛을 보지 못한 반 뷰렌의 컨셉들

뒤이어 아벨론은 반 뷰렌에서 시도했던 여러가지 독특한 시스템을 설명합니다.

  • 인터페이스를 일종의 미니 던전처럼 탐험할 수 있었다. 처음에 핍보이를 얻으면 제대로 모든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기본적인 프로그램들에 평범한 인터페이스가 있는데, 환경을 돌아다니면서 특정한 행동, 가령 화재 경보 울리는 방법을 발견하거나 건물에 불을 붙여 화재 경보를 울리거나 하면 핍보이에 비상구를 찾아주는 기능이 열리게 된다. 그러면 그때부터는 그 기능을 출구를 찾아주는 기능으로 활용할 수 있다. 또 화재 진압 시스템을 찾는 데도 활용할 수 있다. 로봇을 해부해서 프로그램을 훔치는 데도 사용할 수 있다. 갑자기 핍보이가 환경을 탐색할 수 있는 온갖 기능을 지닌 도구로 변한다.
  • 그리고 적대자들이 플레이어의 핍보이를 해킹해 자기들의 위치와 행선지를 감출 수도 있다. 결국에는 핍보이로 서로를 추적하려고 하는 핍보이 전쟁 같은 게 될 수도 있었다. 《뉴 베가스》 DLC 《데드 머니》에서 그런 걸 약간 시도해봤었는데, 그런 건 안 된다고 해서 잘려나갔다.

몇 번 언급된 적 있는 반 뷰렌의 라이벌 파티 컨셉도 이야기합니다. 플레이어 파티와 마찬가지로 세상을 돌아다니면서 퀘스트를 하고 지역에 영향을 미치는 적대자가 존재한다는 컨셉이었습니다.

  • 적대자 파티에게는 자기들만의 목적이 있어 어떤 목표들을 이루려고 한다. 거기에 그 파티의 각 캐릭터마다 별개로 자기만의 목적이 있고 그 파티 내부에서도 서로의 개인적 목적을 완전히 알지 못하기도 한다. 그래서 때로는 적대 파티가 어떤 지역에서 그중 한 명의 목적에 부합하는 행동을 하는데 다른 파티원들은 알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플레이어는 그 점을 이용해먹을 수 있다. 가령 “너희들 저 녀석이 너희들 위치 알려주는 쪽지 남겨둔 거 알아?”라고 하면 그쪽에선 “맙소사! 배신자였구나!” 하면서 자기들끼리 쏘는 거다.
  • 기본적으로 엄청나게 많은 스크립트를 짠 NPC 시스템이었는데, 게임의 반응성을 늘리고 세상이 움직이고 있다는 감각을 주기 위한 거였다. 플레이어가 어떤 지역에 가서 이것저것 하고 있는데, 다른 지역에서는 적대 파티가 그쪽 퀘스트를 하고 그 지역을 점령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그럼 플레이어 입장에선 움직여야 하는 셈이다. 다른 데서도 무언가 진행 중이라는 느낌, 플레이어가 아니어도 세상은 움직인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 적대자의 활동은 시간에 따라 진행되기도 하고 특정 사건이 일어나면 발동되는 것도 있었다. 때로는 플레이어가 특정한 행동을 하면 적대 파티가 대응하는 식이기도 하다. 폴아웃처럼 시간 기반도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얼마나 잘 됐을지는 모르겠지만 시도해보고 싶었다.

언젠가 이 컨셉을 다시 시험해보고 싶다고 하는군요.

아벨론이 메인 작가, 혹은 디렉터가 되어 그런 게임을 만드는 모습을 꼭 보고 싶군요😉

“크리스 아벨론 코덱스 인터뷰: 글쓰기, RPG 클리셰, 반 뷰렌”에 대한 1개의 생각

  1. 저 드림 프로젝트 답변에서 언급한 시각 위주로 전달하는 스토리를 PoE에서 제안했다고 언급했던 적이 있었던걸로 압니다. 듀란스와 비통의 어머니의 내면을 탐험하는 것이었는데, 잠입과 전투시스템의 변경 등을 포함한 어른의 사정으로 결국 잘려나가고 현재는 듀란스의 잃어버린 뒤틀린 성격, 비통의 어머니의 과거행적을 묘사하는 장황한 텍스트와 은유적인 대사가 그 흔적으로 남아있다고 추정됩니다. 아벨론옹께서 부디 그 숙원을 이루어낼수 있길 바랄 뿐입니다.

    일단 상술한 방식의 내러티브에 제일 근접한 RPG중에 당장 생각나는건 그래픽기술 발전에 힘입어 꽃을 피우게 된 프롬뇌의 현 스테디셀러들이라 생각됩니다.(블러드본, 다크소울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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