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이카의 블랙 아일 디스?: 오해, 그리고 15년 뒤의 사과

얼마 전 크리스 아벨론이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게임을 이야기하는 한 팟캐스트에 출연했습니다. 아벨론이 좋아하는 게임 (당연히) 《웨이스트랜드》 이야기를 주로 하는데, 아벨론은 자신의 경력과 업계에 관해 다른 흥미로운 이야기들도 풀어놓습니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부분은 이제 옵시디언의 CCO가 아닌 프리랜서가 되면서 일하는 게 즐거워졌다는 이야기입니다. 옵시디언 내부에서는 참여할 수 없었던 게임들에 참여하고, 옵시디언에서는 함께 일할 수 없었던 개발자들과 일하고, ‘아벨론은 작가’라는 틀에서 벗어나 할 수 있는 다른 역할들(시스템 디자인)을 할 수 있게 되서 기쁘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현재 발표된 것보다 더 많은 게임에 참여하고 있다고 언급하는군요. 그중에는 AAA 규모 게임도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번 글의 주제는 크리스 아벨론 본인이나 이 팟캐스트가 아닙니다. 아벨론의 프리랜서 라이프에 대해서는 나중에 더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의 토막 이야기 코너~소재는 이 팟캐스트로 인해 새삼 재조명된 과거 블랙 아일과 트로이카 사이의 앙금, 그리고 트로이카가 블랙 아일을 게임들 속에서 디스했던 것으로 보이는 부분들입니다.

무대는 이 팟캐스트에 대한 소식을 전한 RPG 코덱스 뉴스 쓰레드입니다. 언제나의 코덱스 쓰레드처럼 여러가지 추측과 음모론, 희망, 절망, 트롤이 펼쳐지는 와중, 누군가 ‘아벨론이 다시 옵시디언과 일할 수 있을 것 같냐’고 묻습니다. 거기에 다른 누군가 과거 블랙 아일 당시 퍼거스가 트로이카에 대해 화가 났던 점(지난 퍼거스 인터뷰에서도 언급됐죠)을 언급하며, 트로이카가 다시 옵시디언에 돌아온 것처럼 언젠가는 다시 뭉쳐서 VR 모바일 RPG 만들지 않겠냐며 농담조로 이야기합니다.

쓰레드 주제가 과거 블랙 아일과 트로이카의 갈등 이야기로 흘러가자 이 이미지가 튀어나옵니다.

bloodlines-bis-sucks

트로이카의 2004년작 《뱀파이어: 더 마스커레이드 – 블러드라인스》의 스크린샷입니다. 받침대에 “BIS SUCKS”라는 스티커가 붙어있습니다.

그동안 팬들은 BIS가 “Black Isle Studios”의 줄임말이고 이 스티커가 블랙 아일 스튜디오에 대한 디스로 들어간 거라고 해석해왔습니다. 개발 도중에 들어갔다고 하면, 트로이카 개발자들이 인터플레이에서 나온 지 5년 이상이 지났고 블랙 아일이 저물어가거나 문을 닫은 시기겠죠. 그때까지도 이런 디스를 넣을 정도면 앙금이 얼마나 깊었던 건가!

boss-tim
팀 케인 맞습니다.

하지만 쓰레드에 팀 케인 본인이 나타나 이 스티커는 블랙 아일에 대한 디스가 아니라고 해명합니다.

“그 스티커는 블랙 아일 스튜디오가 아니라 스코틀랜드 인디 밴드 BIS를 가리키는 겁니다. 참고로 제가 정말로 좋아하는 밴드에요. 《템플 오브 엘리멘탈 이블》과 《블러드라인스》가 동시에 개발될 때 그 밴드 새 앨범 Plastique Nouveau이 나왔는데, 저희 ToEE 팀원 여럿이 일하는 중에 그 앨범을 정말 많이 들었어요. 《블러드라인스》 아티스트 중 한 명이 그 앨범을 정말로 증오하게 돼서 게임에 그 스티커를 집어넣었고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채 그대로 게임이 출시된 거죠.”

절묘한 이야기군요.

그런데 뒤이어서 크리스 아벨론이 쓰레드에 나타납니다. 아벨론은 당시 블랙 아일 개발자 입장에서 트로이카 3인이 떠났던 시기에 대한 감상과 함께, 트로이카의 첫 게임 《아케이넘》에 들어갔던 블랙 아일 디스를 언급합니다.

“제 생각에 블랙 아일 스튜디오 사람들 대부분이 블랙 아일 욕일 거라고 생각했던 부분은 《아케이넘》에 나오는 대사 “검은 섬 말인가요? 아무도 거긴 가고 싶어 하지 않아요”일 겁니다. 절망의 섬 부분이었던 것 같은데요. 정말로 블랙 아일 디스였는지는 생각이 안 나지만 그렇게 해석하기 쉬웠죠. 이제 와 누가 그런 걸 신경 쓰는지 모르겠지만요. 나는 신경 안 씁니다.

그렇지만 당시 (트로이카의) 퇴사 이후에 스튜디오 내부에 꽤 불쾌한 긴장감이 있긴 있었어요.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왜 일어난 건지) 알 수 없었던 혼란도 섞여 있었고요. 《폴아웃 2》를 이끌던 사람들 모두가 갑자기 떠나버렸으니까요.

당시 상황(와, 《폴아웃》이 성공했잖아. 그럼 이 회사에서 개발자가 아닌 사람들도 모두 뛰어들어 이미 잘 가고 있는 배의 키를 잡아보면 어떨까!)을 생각해보면 누구 탓을 할 수는 없어요. 돌아가는 상황 자체가 지랄 맞았으니까. 하지만 저는 외부인 입장에서 보고 들은 거니까 그건 감안하시고요.

저는 《폴아웃 2》가 배를 이끌고 비전을 유지하던 세 사람이 사라진 데서 어려움을 겪었다고 봅니다. 뒤따라 배에서 뛰어내린 다른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요. 하지만 결국은 다른 곳에서 더 좋은 기회를 약속하는데 스튜디오가 사람들을 붙잡지 못한 거지만요.

저는 아직도 오리지널 《폴아웃 2》 표지 아트워크가 사용되지 않은 게 슬픕니다 :/”

여기에 다시 팀 케인이 글을 남깁니다.

“그 대사를 쓴 작가에게 블랙 아일을 비꼴 의도로 쓴 거냐고 물어봤는데, 그랬다고 하는군요. 퍼거스나 블랙 아일 스튜디오에 화냈던 적이 없던 사람이라 놀랐습니다.

어쨌든, 15년이나 늦었지만 이 대사에 대해 사과합니다.”

세월이 흘러 옵시디언에서 트로이카 3인방 중 두 명이 일하게 되고, 블랙 아일과 옵시디언의 아이돌 크리스 아벨론이 나가게 된 상황이 묘하군요. 양쪽 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좇아 결정한 일이고,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앞으로 만드는 게임들이 기대되니 좋은 일이지만요.

“트로이카의 블랙 아일 디스?: 오해, 그리고 15년 뒤의 사과”에 대한 2개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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