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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먼트: 타이드 오브 누메네라》 동료 설계 과정

지난 27일 올라온 《토먼트: 타이드 오브 누메네라킥스타터 업데이트에서는 작가진 중 한 명인 네이선 롱이 동료를 설계하는 과정을 설명했습니다. 《토먼트》가 캐릭터 설계에서 목표로 하는 방대한 반응성과 텍스트를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지난 번 개발 업데이트는 TRPG에서 가져오는 시스템을 설명했는데, 공교롭게도 이번에 설명하는 동료 ‘설계’는 이런 스타일의 CRPG에서 특화된 부분이군요. 역시 번역해봤습니다.

(초여명의 TRPG 누메네라 한국어판 모금 캠페인이 글을 쓰는 지금 8시간 남았고 마지막 추가 후원 목표인 7천만원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책을 미리 구하실 분이나 한정 상품을 노리는 분은 놓치기 전에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네이선 롱입니다. 저는 《웨이스트랜드 2》의 메인 작가였고 《토먼트: 타이드 오브 누메네라》에서는 작가진 중 한 명입니다. 케빈이 여러분의 제 9 세계 여정을 함께 할 동료들을 개발하는 과정에 대해 설명해주라고 하더군요.

동료를 설계할 때는 각자에게 고유의 개성과 목소리, 캐릭터 스토리, 아주 아주 많은 반응성(그러니까 아주 아주 많은 텍스트)을 부여하는 게 목표입니다.

그럼 어디서부터 시작할까요?

음, 제게 동료 중 한 명을 기본부터 개발할 영광이 있긴 했지만, 절반 이상의 동료가 저희 용감한 리더 콜린 맥콤이 쓴 CDC, ‘동료 설계 제한점’이라는 이름의 문서에서 탄생했습니다. CDC는 캐릭터들의 기초적인 구성, 스토리와 파티에서 해야 하는 역할을 담고 있습니다. 최대 두세 쪽 분량으로 외모와 성격, 역사, 동기, 캐릭터의 목소리 느낌을 잡기 위한 예시 대사들, 캐릭터 스토리 개요, 그 스토리가 마지막 허물(플레이어 캐릭터)의 스토리와 엮인 부분을 각각 한 문단으로 설명합니다.

콜린이 떠올린 동료 중 한 명인 알리게른은 늙고 무뚝뚝하고 죄책감에 짓눌린 억겁 사제(Aeon Priest)로, 싸울 때는 전신을 덮은 문신에서 비롯된 힘으로 파괴적으로 공격하고 위압적으로 방어합니다. 몇 주 전 콜린이 저에게 이 캐릭터에 살을 붙이고 게임 전반에 나올 전투 대사와 잡담, 대화를 써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저는 첫 단계로 알리게른의 CDC를 세심하게 읽어본 다음 그것을 CB, 풀어 말해서 동료 개요 문서로 확장했습니다. 개요 문서는 10에서 15쪽으로 알리게른의 배경 이야기와 목표, 성격을 자세히 서술하고, 마지막 허물과 언제 어디서 만나고, 어느 지역들에서 일리게른의 스토리가 진행되고, 그에게 얼마나 많은 결말이 있는지 구체적으로 씁니다. 그 대부분은 오래 전에 간략하게 마련된 요소들인데 거기에 자세한 내용으로 살을 붙인 건 접니다.

꽤 충실하게 정리했다는 생각이 들자 저는 문서를 콜린과 케빈, 조지, 아담에게 보여줬고, 이 사람들은 주석을 여럿, 사실 아주 많이 달아줬습니다. 그리고 이메일과 스카이프로 계속 대화를 나누면서 그 사람들의 제안과 최선의 구현 방법을 의논했습니다.

여러 번의 개정과 검토를 거치고 나서 콜린과 다른 사람들이 알리게른을 다음 단계인 동료 설계 문서, 혹은 줄여서 CDD로 가지고 가도 좋다는 오케이 사인을 줬습니다. CDD를 CDC나 CB와 헷갈리지 마세요! (지역에 대해선 ZDC, ZB, ZDD가 있고 메어에 대해선 MDC, MB, MDD가 있습니다. 벌써 머리가 어지럽나요?)

CDD는 캐릭터의 배경 이야기와 성격, 스토리가 마침내 실제 대화로 들어가는 50에서 70쪽의 거대한 문서입니다. 문서 안에는 그 캐릭터가 게임 안에서 반응할 수 있는 상황들의 목록이 끝없이 이어집니다. 목록은 캐릭터가 처음 마지막 허물을 만나는 순간부터 시작하지요.

어쩌면 스포일러:

“나를 아는가?” 알리게른이 당신의 멱살을 잡는다. “내 눈을 봐! 날. 아. 냐. 고?”

전투 포효:

“어서 처리해버리지.”

위협에 대해:

“잃을 것이 없는 남자를 거스르지 말게.”

환경에 반응하면서:

“저 구멍이…나를 보고 있군.”

다른 동료들과의 잡담:

알리게른 – “암살자, 얼마나 많이 죽였나?”

매트키나 – “그런 걸 세어 봐?”

알리게른 – “그들의 죽음이, 마음에 걸리지 않던가?”

매트키나 – “아저씨, 난 당신이랑 달라. 한 번도 실수로 사람을 죽인 적은 없어.”

폭로의 순간들:

“거짓말이로군. 나는 그 자가 순수한 뜻이었음을 믿지 않네. 그건 불가능해!”

배반의 순간들:

“허락도 구하지 않고 날 이 도살자들 손에 넘기려는 건가? 내가 한 번이라도 네 정체를 의심해본 적이 있던가, 모르겠군.”

파티를 떠날 때:

“또 보겠네, 허물. 자네는 날 보지 못하겠지만.”

평범한 대화는 동료와 교류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일 뿐입니다. 동료마다 미궁에서 만날 수 있는 그림자들이 있습니다. 그 그림자들은 실제 세계의 동료들이 말하지 않을 비밀을 말해줄지도 모릅니다.

CDD를 채우는 데는 시간이 꽤 걸립니다. 하지만 작업을 완료하고 알리게른의 목소리를 포착해 일관적으로 유지했는지 검토한 뒤에는 이 과정의 마지막의 단계로 갑니다. 알리게른의 ‘전반 대화’를 만듭니다. 크리스 아벨론과 패트릭 로스퍼스처럼 일부 동료 작가들은 전반 대화를 만드는 단계까지 가지 않습니다. 그 사람들이 대화 편집 툴을 잘 사용할 필요도 없습니다. 디자이너가 그 사람들이 쓴 CDD를 활용해 실제 대화를 구현할 수 있죠. (하지만 나중에 원래 작가들이 실제 구현된 콘텐츠가 제대로 목소리를 살렸는지 한 번 검토합니다.)

각 동료들의 전반 대화는 보통 마지막 허물과 게임 전반에 걸쳐 나눌 수 있는 대화를 모두 담은 거대한 대화 트리로 구성됩니다. 《토먼트》에서 바라는 수준의 반응성을 구현할 수 있도록 우리는 전반 대화를 게임의 주요 스토리 포인트에 걸쳐 분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래도 각 지점마다 150개 이상의 노드(게임 전체적으로 일부 중복이나 비슷한 노드가 있긴 하지만)가 있습니다. 알리게른의 전반 대화에는 자기 스토리에 대한 진솔한 대화와 마지막 허물의 스토리 중 중요한 사건들에 대한 반응, 마지막 허물이 알리게른에게 부탁하거나 했던 것들에 대한 반응 등이 들어있습니다. 이 대화는 게임에서 찾을 수 있는 가장 깊고, 충실하고, 진정 어린, 때로는 고통스러운 대화가 될 겁니다.

그래서 저 개인적으로 가장 즐기면서 쓰는 대화기도 합니다. 제 창작 능력을 정말로 끌어올려서 캐릭터에게 생명을 불어 넣어줘야 하죠. 물론 그래서 가장 스포일러 가득한 대화인 만큼 게임의 중요한 순간을 망치지 않으면서 샘플을 보여주기 가장 어려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찾아봤습니다.

다음은 알리게른의 일반 대화 중 한 부분입니다. 어쩌면 스포일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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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플레이어: “잘 지내고 있어?” (플레이어가 동료 NPC의 태도를 확인해보는 수단)
  • 알리게른:
    • “말하기 좀 어색하지만, 잘 지내고 있네.” 그는 당신의 눈을 바라본다. “자네가 되찾아준 이후부터는 이제 자네가 누구고 누구였는지 상관하지 않네. 이제 우린 친구고 앞으로도 친구네.” (플레이어 캐릭터를 경애함)
    • “전보다 낫네.” 그는 어깨를 으쓱한다. “자네는 구원의 가능성에 눈을 뜨게 해줬네. 자네에게 가능하다면 어쩌면 내게도 가능할지도 모르지.” (플레이어 캐릭터를 좋아함)
    • “예상할 수 있는 만큼이네.” 그는 당신을 면밀히 살펴본다. “동행자가 누구인지 감안하면 말이네.” (플레이어 캐릭터에 중립적)
    • 그는 당신을 쳐다본다. 차갑다. “모르겠군. 아무 것도.” (플레이어 캐릭터를 싫어함)
    • 그는 당신과 눈이 마주치자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린다. “딱 좋군. 고맙네. 더할 나위 없어.” (플레이어 캐릭터를 혐오함)

우리는 이런 과정을 거쳐서 동료 캐릭터를 두 쪽 아이디어에서 50쪽 캐릭터 설계 문서로 확장한 다음 여러분이 게임에서 읽고 들을 실제 대사로 넣습니다. 길고 까다로운 과정이지만 재미있어요. 그 결과로 여러분이 함께 여행할 사람을 알고, 사랑하거나 증오하게 될 수 있으면, 그렇게 《토먼트: 타이드 오브 누메네라》의 세계와 스토리에 더욱 깊이 자신을 몰입할 수 있게 되면 좋겠습니다.

“《토먼트: 타이드 오브 누메네라》 동료 설계 과정”에 대한 1개의 생각

  1. 잘 읽었습니다. 동료들과의 깊은 커뮤니케이션을 나누고 경애를 받고 미움도 받을 수 있다는 게 RPG를 하는 이유 중 하나인데, 이 글을 읽으니 누메네라가 그런 면에서 심도 깊은 재미를 줄 것 같아 기대가 되네요.🙂 요즘 했던 게임들이 다 플레이어가 캐릭터를 파티째로 만들어서 하는 것들인지라 동료들과의 스토리적 상호작용이랄 게 없었는데…… 로맨스는 없더라도 심도 깊은 우정을 쌓을 수 있다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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